조명 설치 등 준비작업 후 내달부터 5주간 본격 작업
그동안 접근 어려웠던 미수색 구역 집중 수색… 사실상 마지막 유해찾기
“저 괴물 같은 세월호가 드디어 바로 서기에 성공했네요.”
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혁규 부자의 형이자 큰아버지인 권오복(63)씨는 10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4년 만에 바로 세워진 세월호를 보며 가슴 속에 묻어뒀던 소회를 쏟아냈다. 권씨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미수습자 5명을 다 찾아야 한다. 동생과 조카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가 바로 서기까지 아낌없는 후원과 응원을 보내주고 뜨거운 관심을 가져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부터 노란색 점퍼를 입고 하나둘씩 목포신항 북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세월호 직립 작업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는 안전모를 쓴 채 바닥에 자리를 잡고 여전히 누워 있는 선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9시쯤 시작된 선체 세우기가 10도, 20도씩 성공적으로 올라가자 유가족들은 중간 중간 탄식을 쏟아냈다. 작업 3시간 뒤인 낮 12시10분쯤 드디어 세월호 직립이 선언되자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박수를 치며 짧은 환호를 외쳤다.
일부 가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유가족 정모(49)씨는 세월호가 바로 서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쓰러져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119구급대 차량으로 옮겨졌다. 119구급대원은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에 기운이 빠져 일시적으로 쓰러진 것”이라며 “신체적인 이상은 없었으며 10여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돌아갔다”고 전했다.
미수습자인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57)씨는 “드디어 희망이 생겼다”면서 “세월호의 성공적 직립으로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과 온전하게 다 찾지 못한 4명의 수습자도 다 찾기를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선체 직립으로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미수색 구역에 대한 집중적인 수색이 시작된다.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유해를 찾는 사실상 마지막 수색작업이다.
직립 이후 수색구역은 세월호 선체 좌현의 협착부분과 보조기관실, 축계실, 선미횡방향추진기실, 좌우 선체균형장치실 등이다. 그동안 세월호가 왼쪽으로 누워 있어 접근이 힘들었던 구역이다.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약 3주간 수색 진입로와 조명 설치 등 준비작업을 거친 뒤 6월부터 약 5주간 본격적인 수색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추가수색작업이 이뤄질 기관구역은 승객이 출입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추진단은 3층부터 1층인 기관구역까지 뚫려 있는 공간이 있고, 닫혀 있어야 할 기관구역 수밀격문이 열려 있었던 점을 고려해 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추진단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육상거치 이후 총 3차례 수색작업을 벌여 9명의 미수습자 중 4명의 유해를 수습했다. 남은 5명의 미수습자는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다.
이후엔 전문가 의견과 국민 여론 등을 수렴해 향후 세월호 선체 보존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선체직립 완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원형 보존 또는 상징적인 보존이냐 등에 관해 결정된 바는 없다. 내·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5월 안에 내부 의견을 모아 6월 중순이나 말에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이르면 7월 초 (확정적인)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목포·세종=김영균 정현수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