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모두 울고 있다” 고교 女기숙사 몰카 유포… 경찰 수사

입력 2018-05-10 18:11 수정 2018-05-13 16:46

고등학교 여자 기숙사 내부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밤 학교폭력 상담전화인 117로 “우리 학교 기숙사를 불법 촬영한 영상물(캡처 사진)이 돌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문제의 학교는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알려졌다.

유포된 이미지는 소셜미디어 ‘텀블러’에 올라온 게시물을 캡처한 것으로, 방 안에서 생활하는 여성을 찍은 영상이 20여개 나열된 모습이다. 건물 안이 아닌 바깥에서 창문을 통해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제보됐다. 자신을 고등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A씨는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오늘 보내준 사진”이라며 “지난 3월 말 텀블러에 올라온 고등학교 여자 기숙사 몰래카메라 영상인데 소문이 퍼져 해당 학교 학생들까지 알게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학교 기숙사 뒤에 산에서 찍었고, 분량이 3시간이 넘는다고 한다”며 “파일을 공유해달라는 댓글도 약 5000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아이들 모두 울고 무서움에 덜덜 떨고 있다. 공론화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문제의 이미지는 지난 3월 25일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먼저 게시됐다. 게시자는 “텀블러를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발견했다. 집 안까지 몰카를 촬영하는 것 같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올라온 사진이 해당 학교가 맞는지 확인하고, 합성 여부 등을 폭넓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텀블러는 성인 인증을 요구하지 않아 각종 음란물의 유통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초등학생인 여동생을 성폭행했다는 글이 텀블러에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텀블러가 해외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수사가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범인은 3개월 만에 검거됐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미국 국토안보부에 협조를 요청했고, 지난 2월 게시자의 텀블러 접속 기록(IP)을 받아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