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과 같이 길을 걷다 부모님의 손을 놓친 적 있나요? 찰나의 순간이지만 부모님이 보이지 않아 식은땀을 흘린 경험을 누구나 해보셨을 겁니다. 그때의 불안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어떡하지?” 온통 주위를 둘러봐도 아빠,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국도 아닌 낯선 타국 땅에서 부모님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여기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에 7살 아이가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기도 합니다. 종점이 가까워지는데도 아이는 내리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버스 기사가 차를 세우고 다가가 말을 걸어보는데요. “어디서 내려? 엄마는 어디 계셔?” 버스 기사의 말에 아이는 “لقد فقدت والدتي(엄마를 잃었습니다)” 라는 외국어를 내뱉습니다. 아이는 이집트 국적의 꼬마로 한국말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버스 기사는 이를 확인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는 집 주소를 잘 모르고 있었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아 경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순간 경찰은 ‘매의 눈’으로 아이의 태권도 도복을 확인했습니다. 도복에는 한국어로 도장 이름이 쓰여 있었고 이를 통해 연락이 가능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아이의 부모님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이는 버스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제때 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침착하게 챙겨준 버스 기사와 경찰 덕분에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단 2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이 2시간은 공포와 불안의 연속이었을 시간입니다. 버스 기사님이 그저 목적지로만 달리는 ‘업무’에만 충실했다면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을까요? 아이는 더욱 오랜시간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을지 모릅니다. 가끔은 주어진 나의 일도 좋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니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