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사진) 교수와 제욱암연구소 윤미란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미랑 박사, 분당차병원 임선민 교수 연구팀은 ALK 유전자가 변화하는 과정과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를 내성 세포주와 동물 모델에 대한 후성 유전체 통합 분석을 통해 규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알크유전자 변이가 약물에 듣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서다.
전체 폐암의 3~7%를 차지하는 ALK 유전자 변이 폐암은 초기에는 크리조티닙(젤코리)를 사용해 효과를 보지만 보통 1~2년 내에 내성이 나타나면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내성이 나타나는 주요 원리는 크게 추가적인 ALK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한 ‘ALK 의존적 기전’과 우회신호전달체계의 활성화에 의한 ‘ALK 비의존적 기전’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다른 차세대 ALK 표적 치료제로 극복 가능하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 ALK 융합 양성 폐암 중에서도 난치성으로 분류돼 왔다.
분석 결과 ALK 표적 항암제 투여로 약물에 대한 저항성, 즉 내성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DNA를 구성하는 네 종류의 단백질 중 하나인 히스톤 H3의 27번째 라이신의 ‘탈아세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탈아세틸화는 마이크로RNA-34a와 마이크로RNA-449a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 두 마이크로RNA는 내성 발현에 관여하는 AXL 유전자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러한 마이크로RNA가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AXL이 과발현되고 항암제 내성 기전인 상피간엽이행(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이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임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ALK유전자 표적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표본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후성 유전체 통합 분석 결과에 부합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팀이 ALK 억제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검을 원위치혼성화(in situ hybridization)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환자 9명 중 6명의 치료 후 생검에서 치료 전 생검과 비교해 마이크로RNA-34a 또는 마이크로RNA-449a의 발현이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또한 같은 표본의 환자군 중 8명의 환자에 대해 AXL에 대한 면역 조직 화학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5명의 치료 후 생검에서 AXL 발현 증가가 확인됐다.
이 중 3명의 치료 후 생검에서는 치료 전과 비교해 AXL 발현 증가와 함께 마이크로RNA-34a 또는 마이크로RNA-449a의 감소가 동시에 관찰됐다.
연구팀은 또한 이런 내성 발생 원리에 바탕으로 잇단 동물실험을 통해 히스톤 H3의 27번째 라이신의 탈 아세틸화를 막는 약물을 ALK유전자 변이 표적 항암제와 함께 투여해 항암 효과를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중 내성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ALK 유전자 변이 폐암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내성 발생 원리가 규명된 만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미란 박사는 “특히 ALK 비의존적 내성을 획득한 환자들의 기전은 다양할 수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내성기전에 따른 개인별 맞춤 치료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임상적 유효성 검증을 거친 ALK 표적 항암제의 새로운 내성 기전을 밝혀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연구는 김정숙 율리아 폐암 연구기금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의 공동 연구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저명한 암 연구 국제 학술지 ‘Cancer Research’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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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