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노벨평화상?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입력 2018-05-10 08:56 수정 2018-05-10 15:41

“노벨평화상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하는가?” (기자)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시기를 사흘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한 것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이들을 맞이하겠다면서 “대단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를 취재하던 기자들에게서 질문이 나왔다.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만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것이 무산될 수 있다”고 했다.

평양을 방문해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이끌어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돌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귀국길에 오른 뒤 동행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환경을 조성해 이런 일이 생겼고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좋은 대화,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억류자 석방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흥분’이 섞여 있었다. 그는 어느 언론보다 먼저 트위터로 이를 전하며 “폼페이오 일행을 마중 나가겠다. 아주 신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9일 밤 늦게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북미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석방에 도움을 줘 고맙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권 인도주의 면에서 아주 잘된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 지도력 덕분”이라고 다시 공을 트럼프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시기는 결정됐으며 비무장지대는 아니라고 말했다. CNN은 미 국무부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준비 지침에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싱가포르가 유력한 회담장소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경유해서 북한을 방문한 여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을 염두에 둔 답사 성격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은 ‘5월말·6월초에 싱가포르서 당일치기’라는 윤곽이 잡혀 가고 있다. CNN은 10일 미국 국무부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소식통 2명의 말을 인용해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몇 가지 플랜 중 ‘싱가포르안’을 진행하라는 지침이 국무부에 전달됐으며, 국무부 관료들이 이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미국 정부 관료들이 선호하던 곳이었다. 지리적, 정치적으로 ‘중립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CNN은 보도했다. 판문점은 분단과 대결의 공간이란 점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 의미가 너무 강해 미국 정부 인사들이 부담을 느껴왔다고 한다. CNN은 국무부의 움직임을 전하면서 “백악관은 아직 회담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각료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은 5월말 또는 6월초에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①싱가포르 ②5월 말이나 6월 초 ③당일치기+α의 일정은 각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싱가포르’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성보다 중립성에 무게를 둔 선택이다. ‘5월 말 또는 6월 초’라는 시점은 캐나다서 열릴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걸 말해준다. 당초 6월 중순으로 밀릴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북미정상회담 ‘성과물’을 들고 G7 회담에 참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게 확인됐다.

‘당일치기’ 일정은 하루만 얘기해도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하루 일정(a single day)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며 "더 논의할 사항이 있을 경우 이틀로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전 협상 과정에서 합의문에 담아낼 내용이 상당부분 조율됐고 가장 핵심적인 이슈에 대한 두 정상의 담판만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