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용지 다섯 장 분량으로 18개 의혹에 해명만 쏟아내
‘500억대 상속세 탈루’ 혐의 조양호 수사… 한진 전방위 압박
정부, 조현민 외국 국적 문제삼아 진에어 면허취소 검토
‘갑질’ 논란에 휩싸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사진) 일우재단 이사장이 9일 “일부 폭행 혐의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형식적인 사과 한 줄 외에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해명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한진그룹은 이날 이 이사장과 관련해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대해 장문의 해명 자료를 냈다. 자료는 경찰이 수사 중인 호텔 옥상 폭행사건에 대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로 시작된다. 그러나 곧바로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A4 다섯 장 분량으로 18개 항목에 걸쳐 해명을 쏟아냈다.
호텔에서 이 이사장을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상황이 있었지만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자택 수리 시 폭행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무릎을 꿇리거나 때린 사실은 없으며 오히려 공사 인부들을 위해 사비로 호텔 출장 뷔페를 대접하고, 간식과 음식을 수시로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회사 경영 및 인사 간섭, 항공기 내 갑질, 명품 밀수 의혹도 모조리 부인했다.
하지만 일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미 공개된 ‘호텔 공사장 폭행 동영상’에서 이 이사장이 직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이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전날 법무부에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2014년 5월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손찌검을 하는 등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도 수백억원의 상속세를 포탈한 혐의로 조 회장을 수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아버지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한 뒤 해외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았다. 조 회장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뿐 아니라 조 전 회장에게 상속받은 4남매 등을 모두 포함해 수사 중”이라며 “총 포탈 규모는 현재 알려진 금액보다 클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세청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한진그룹을 전방위로 압박 중인 정부는 국적법상 외국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등기임원 지위를 맡았던 부분을 문제삼아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취소가 현실화되면 1900여명의 진에어 임직원들은 오너리스크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건희 이재연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