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나는 왕년에 사시미 테러도 당했다”며 “주먹 갖고 하는 놈은 안 무섭다”고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주먹 폭행’을 당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나온 말이다. 홍 대표는 이어 “(나는) 석궁 테러도 당해봤다. 그래서 그런 놈은 전혀 안 무섭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를 청한 뒤 이같이 말했다.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년 정책진단 토론회-최악의 고용성적표, 말뿐인 일자리 정책’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던 길이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30대 남성에게 갑자기 턱을 가격 당했다. 계단 밑에는 김 원내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천막이 있다. 홍 대표는 이를 보고 자신의 ‘왕년’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말에 김동철 원내대표는 “허허허”하고 웃었다.
홍 대표가 언급한 두 가지 ‘테러’는 직접적으로 위해를 당한 사건은 아니다. 검사 시절 집으로 식칼이 배달된 일, “석궁으로 쏴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일을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홍 대표는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였던 1992년 1월 여운환씨를 호남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 PJ파’ 두목으로 지목하고 구속 기소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여씨가 홍 검사의 집에 식칼을 보냈다는 ‘식칼 협박 사건’이 알려지면서 홍 검사는 ‘조직폭력배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이런 여씨와 홍 검사의 관계는 1990년대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검사는 “여운환씨의 비호 세력에게 매일 밤 ‘석궁으로 소리 없이 쏴죽이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3년 5월 1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홍 검사는 “여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인사와 이 지역 언론인 등이 다각적으로 로비를 벌이는 한편 각종 음해성 제보를 상부에 보내 수사에 몹시 애를 먹었다”며 “이러한 로비 활동이 별다른 진전이 없자 매일 밤 전화를 걸어 석궁으로 소리 없이 쏴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여씨는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식칼 협박’이 홍 검사가 꾸며낸 언론플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11만원 상당의 독일제 ‘쌍둥이 칼’을 지인들에게 선물했는데, 이 과정에서 홍 검사와 이름이 비슷한 사람에게 선물이 잘못 배달됐다는 거다. 그는 2014년 ‘모래시계에 갇힌 시간’이라는 책을 내고 “홍 검사가 일방적으로 각색한 정보를 주위에 흘리고 검사장에게도 보고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도 이야기가 들어가게 함으로써 나를 더욱 더 옥죄었다”고 주장했다.
여씨는 재판과정에서 조폭 두목이 아닌 자금책으로 혐의가 낮춰졌고 징역 4년이 선고돼 만기복역을 마쳤다. 여씨는 지난해 자신의 무죄를 가려달라며 재심을 청구하기도 했다.
한편 ‘모래시계’를 집필한 송지나 작가는 지난해 5월 홍 대표(당시 대선 후보)가 ‘모래시계’의 단독 주인공이 아니며, 제작과정에서 자신이 만난 수많은 검사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 대표는 페이스북으로 “그 당시 많은 검사와 만났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당시까지는 그런 검사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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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