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간 공임 동결에 항의해 공임 인상을 주장하며 본사 점거 농성에 나선 제화업체 탠디 노조 측과 노조 측 요구안보다 낮은 인상안을 제시한 사측과의 3차 협상이 결렬됐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탠디분회는 8일 “노조 측과 사측이 제시한 인상액 차이와 사업등록증 폐지에 대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전했다.
◆ 8년 동결된 공임비 시비로 시작된 갈등…‘소사상제’와 직접고용 요구도
탠디 노조 측과 사측의 갈등은 공임비 때문에 불거졌다. 탠디 제화공들이 받는 공임비는 신발 한 켤레당 6500원~7000원 가량이다. 노조 측은 8년간 공임비가 동결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임비를 2000원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지난 4일 있었던 1차 협상에서 2000원 인상은 너무 과하다며 500원 인상안을 제시했고 협상은 곧 결렬됐다. 반나절만에 다시 재개된 협상에서 사측은 기존 공임료에서 10%(650원~700원)를 인상하겠다는 안을 제시했고 노조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2차 협상도 종료됐다.
이날 오후 진행된 3차 협상에서 사측은 800원 가량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고 ‘타협안’으로 1500원을 제시했다. 사측도 노조 입장을 받아들여 마지막에 제시한 인상액은 1250원이 됐다. 처음 제시한 인상액보다는 두 배 가량 오른 셈이지만 타결되지는 않았다.
사업등록증 폐지도 공임비 인상안과 함께 쟁점이 됐다. 현재 탠디는 5개 하청업체를 두고 물건을 발주하고 있다. 5개 하청업체는 제화공들을 개인사업자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이른바 ‘소사장제’다. 발주는 탠디 측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신발의 수량과 디자인 등은 탠디 측에서 결정한다. 노조 측은 “법적으로 우리가 개인사업자라 4대보험 혜택이나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했지만 2016년에 제화공에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은 나왔다”면서 “개인사업자라면 사장인데 사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한 가지도 없고 통제를 받는다”고 주장하면서 ‘소사장제’ 폐지와 탠디 본사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 “본사 측도 성의있게 협상 응해”…14일째인 농성 더 지속될까
사측은 공임비 인상과 직접 고용이라는 노조 요구에 대해 제화업계의 전반적 경기 하락, 백화점-유통업체간 불리한 마진 조정, 날로 상승하는 인건비 비중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탠디 관계자는 “신발 하나를 만들 때 제화공에게 1만3500원이 지출되는데 이후 인력들에 6000원이 추가 지출돼 기본 인건비만 2만2000원이 나간다”면서 “판매 시 백화점에 35%를 주고 영업직 등 중간 직원에게 15% 가량이 더 지출돼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측 주장에 대해 “(사측에서) 제화산업이 사양이니, 인건비가 올랐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데 회사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다”면서 “근로자들은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우리도 힘들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3차 협상이 진행된 8일, 탠디 노조에서는 100명 가량이 농성에 참가했다. 민주노총의 다른 지부에서 온 관계자들도 현장에 동참해 탠디 본사 복도는 인파로 가득 찼다. 3차 협상에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참석해 사측과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초 840원 인상을 이야기하던 회사측은 1250원까지 인상안을 내놓았고 노조도 1500원의 협상안을 제출했지만 아쉽게도 타결되지는 못했다”면서 “탠디 본사 측도 성의있게 협상에 응해 감사드리며 협상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밝혔다. 9일 현재 파업은 36일, 노조의 본사 점검 농성은 14일째 지속되고 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