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6·25참전용사 제임스 그룬디 한국 해군장병에 안보 특강

입력 2018-05-09 14:39

“당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바쳤습니다(For your ‘Tomorrow’, We gave our ‘Today’)”

제임스 그룬디(86) 영국군 6·25 참전용사가 9일 해군작전사령부(사령관 정진섭 중장)를 찾아 장병들을 위해 특별한 안보강연을 했다.

제임스 그룬디 참전용사는 1988년 국가보훈처 주관 참전용사 재방한 프로그램의 공식 초청으로 전쟁 이후 대한민국을 처음 방문했었고, 이후 30년 간 매년 자비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우리나라에서 전사한 영국군 참전용사를 참배해왔다.

6·25전쟁 당시 영국군은 5만6000명이 파병돼 1100여명이 전사했다. 이 중 885명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척추암 말기인 그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를 맞으며 매년 영국군 전사자들 참배를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올해는 특히 그의 대한민국 방문 30주년을 맞아 부산 유엔평화기념관 및 유엔기념공원 주최로 특별 안보강연회도 실시됐다.

해군작전사령부는 부산 남구청과 유엔기념공원을 통해 이러한 제임스 그룬디 참전용사의 사연을 접하게 되었고, 그의 한국 체류 기간 중 부대 장병들의 안보의식 함양을 위한 특별 안보초빙강연을 추진하게 됐다.

제임스 그룬디는 강연을 통해 6·25전쟁 당시 본인의 임무와 전쟁 이후 본인과 참전용사들의 이야기, 그리고 장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19세의 나이로 입대했고, 한국 파병 당시인 1951년 2월부터 1953년 6월까지 영국군 시신수습팀에서 근무했었으며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영국군 885명 중 100여명의 시신을 직접 수습했다”며 “시신 훼손이 심해 이름을 찾아주지 못한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에 매년 부산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 모두의 현재와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바쳤던, 그렇게 싸웠던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군 복무에 임해주길 바란다”며 해군 장병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내가 죽게 된다면 이곳 대한민국 땅에서 전우들과 함께 묻혀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이며 죽는 순간에도 대한민국과 함께 하고 싶은 염원과 애정의 마음을 표했다.

강연에 참가한 해군작전사령부 정훈공보실 이지훈 병장은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우리국군 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외국군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함께 이룩된 결과였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며 “우리 장병들도 맡겨진 조국해양수호 임무에 앞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선배 전우들과 제임스 그룬디와 같은 외국군 참전용사를 기억하며 맡겨진 본분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그룬디 참전용사는 6·25전쟁이 끝난 1953년 영국으로 돌아간 뒤 축구선수와 경찰관으로 생활하다 은퇴했으며, 1988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유엔기념공원을 처음 방문 이후 2018년까지 30년간 대한민국을 계속 방문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는 그의 공헌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해 그의 사후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허가한 상태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