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단원들을 상대로 상습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패거리 예술감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감독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9일 오전 이 전 감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의 공소사실과 변호인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은 정식 재판이 아닌 준비절차여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 전 감독은 쑥색 수의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법정에 걸어 들어온 그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동안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등 내내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감독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거나 잘못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안마를 시키면서 성추행을 했다거나, 연기지도를 하면서 성추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다툴 부분이 있다”고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안마 행위는 업무의 오랜 합숙 훈련을 하는 동안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이지,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갑자기 했다는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마 등 연기지도와 관련된 부분은 피고인의 연극에 대한 열정,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단원의 음부를 만졌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연극배우가 발성을 하기 위해서는 단전에 힘이 들어가고 흉식호흡이라는 복식 호흡을 해야 음을 제대로 낼 수 있다”며 “이 부분에 힘을 줘서 소리를 내라는 지도 방법이라고 다수의 연극 배우들이 인식하고 따라왔다. 그런데 ‘미투’ 물결을 타고 많은 배우들이 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공소장에서 피해자 진술이 가명으로 된 부분을 언급하며 “누가 무슨 진술을 했는지 가늠할 수 없게 기재돼있다. 이런 상태로 재판을 진행한다면 마치 인민재판식의 여론몰이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감독은 재판부에 소회를 밝힌 자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18년간 여성극단원 17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했다. 혐의 내용만 62건이다.
검찰은 공소시효 등을 고려해 2010년 7월~2016년 12월 배우 8명에 대한 23차례 범행을 추려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전 감독은 2016년 12월 여배우를 성폭행해 우울증 등에 시달리게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이 전 감독 측의 추가 혐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증인 채택 등 재판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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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