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이명희 이사장 출국금지… 한진은 겉으론 해명, 대부분 부인

입력 2018-05-09 13:54

조양호 한진해운그룹의 회장의 부인이자 ‘땅콩회항·물벼락 갑질’ 주인공 조현아·현민 자매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협력업체 직원 폭행 혐의 등으로 출국금지 조치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협력업체의 직원을 폭행한 혐의(폭행 및 업무방해)로 이 이사장을 8일자로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이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전날 법무부에서 승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7일 이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5월쯤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면서 폭행을 하고, 설계도면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공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작업자, 전직 운전기사,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 등에게도 폭언·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이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씨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이 호텔 증축공사 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시점이다. 영상에는 한 중년 여성이 협력업체 직원의 팔을 억지로 끌어당기거나 서류를 빼앗아 바닥에 패대기치기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이 이사장의 자택 주변 탐문조사에서 추가 피해자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가 피해자에게서 사건의 경위를 확인하고 처벌 의사를 물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오전 이 이사장의 폭행·폭언 등 의혹에 대해 “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어 해명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제기된 의혹 대부분에 대한 반박이었다.

우선 이 이사장이 한진그룹 내 직책이 없음에도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 업무에 관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조양호 회장의 지시에 따라 컨설턴트 자격으로 호텔 정원 관련 사항을 점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간작업에 헬멧등만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당일 밤 이명희 이사장이 2층 홀 연회장에 샹들리에를 포함한 모든 조명이 켜진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기본적인 등만 켜도록 지배인에게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며 “당시에는 모든 작업이 끝난 상태로 헬멧등을 켜고 작업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호텔 등 직원들에게 폭행을 일삼고 일부는 해고했다는 보도에 대해 “호텔 직원 및 호텔 용역 직원들을 폭행한 바 없고 인사권 또한 없다”며 “호텔 지배인을 무릎 꿇렸다거나 정강이를 걷어 찬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자택 수리를 하던 직원을 폭행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회사의 시설부 담당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조언을 구한 바 있다”며 “회사 임직원이나, 외부 용역직원들에게 무릎을 꿇리거나 때린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호텔 정원에서 이 이사장을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시켰다는 보도, 설렁탕이 싱겁다고 폭언을 하고 크로와상 크기까지 관여했다는 보도, 가정부가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는 보도, 집안 청소 순서가 틀리면 폭언을 했다는 보도, 해외 지점장 통해 회삿돈으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억대 명품을 밀수했다는 보도, 백조(울음고니)를 밀수하고 관리 부실로 직원들을 윽박질렀다는 보도, 울레6코스를 자의적으로 막았다는 보도, 회사 경영에 수시로 간섭했다는 보도, 친분이 있는 임직원에게 휴가를 보내거나 승진시켰다는 보도, 항공기 일등석 좌석에서 담요를 요구하며 폭언을 했다는 보도, 회사 달력 담당자 및 임원을 해고·경질시켰다는 보도, 올해 초 대한항공(003490) 항공기에서 커튼 때문에 승무원을 추궁했다는 보도 등에 대해서도 사실무근 혹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