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치료가 내성과 독성으로 인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경우 고강도 초음파 열을 활용해 암세포를 괴사시키고 인체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하이푸’ 시술이 간암 치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사진) 대표원장은 지난 7일, 중국 상하이 푸단(Fudan)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하이푸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 최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하이푸는 원발성 간암이나 다른 장기에서 간으로 전이된 경우에도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해 주목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하이푸(HIFU)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신(新)의료기술로 등재된 비수술 종양치료기기이다. 간암과 자궁근종 등에 사용된다. 절개나 수술 없이 초강력 초음파를 종양에 쏘아 주변장기 및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시키며 종양에만 선택적으로 초음파 열에너지를 집중시켜서 괴사시키는 최신 기술이다.
김 원장은 “현대의학으로 암 완치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하이푸 치료는 기대수명 연장과 통증 관리 쪽에 매우 유용한 치료 수단임이 분명하다”면서 “특히 동맥 내 항암치료를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배가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2년간 하이푸 시술을 통해 인체 면역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서 하이푸 치료가 면역기능을 높여 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에 따르면 한 예로 난소암이 간과 경부임파선까지 전이된 박모(76) 씨는 하이푸로 2회 치료하고 4주 후 CT 영상을 찍어본 결과, 간 전이암의 크기가 약 70%가량 축소됐고, 경부임파선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이 환자를 현재 예의 주시하며 추적 관찰 중이라고 소개했다(사진 참조).
김 원장은 이어 “종양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을 통한 절제법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사용하지만 암세포가 다른 장기까지 퍼졌다면 암 크기부터 줄여야 하는데 높은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하이푸’가 열에 약한 암세포를 괴사시키는데 유용하다. 위, 췌장, 폐, 유방 등에서 간으로 전이된 암도 하이푸 시술을 병행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세포의 주성분은 열에 약한 단백질인데 ‘하이푸’를 이용해 56℃ 이상의 높은 온도와 0.8~3.5㎒의 고강도 진동파를 암에 집중적으로 쏘이면 열변성으로 인해 괴사한다. 이때 파괴된 암세포의 단백질이 면역세포에 자극을 주어 인체 면역기능이 활성화되고 상승하는 원리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