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북 후 ‘회담일정’ 발표되면… 비핵화 사실상 타결?

입력 2018-05-09 08:30 수정 2018-05-09 09:38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월 31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다시 평양에 갔다. 지난 부활절 휴일 때 극비리에 방북한 지 40여일 만이다. 이번에는 방북 사실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북한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북한과 미국은 아직 날짜와 장소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번주 초에, 더 구체적으로는 7~8일 중에 발표되리란 관측이 있었지만, 회담 일정 대신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이 공개됐다. 그는 이번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민감한 의제를 놓고 마지막 단추를 꿰는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방북 이후 북한과 미국 양측에서 나올 ‘목소리’로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이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해 발표한다면 회담의 걸림돌이 사실상 모두 제거됐음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물밑에서 이뤄놓은 합의를 추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폼페이오가 평양에서 복귀한 뒤에도 신경전이 계속될 경우 북미회담이 암초를 만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 40일 전처럼… ‘金-시진핑’ → ‘金-폼페이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핵을 둘러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를 공식 선언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순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으로 가고 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북미) 관계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두고 봐야 한다. 아마 잘 풀릴 수 있고, 안 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잘 풀리면) 북한과 한국, 일본, 전 세계를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게 잘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부활절 휴일(3월 31일∼4월 1일) 기간에 북한을 방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나 북미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정상회담 장소·일시에 대해 “장소가 정해졌다. 시간과 날짜, 모든 게 선택됐다. 우리는 매우 큰 성공을 고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영구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체제안보 우려에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 통화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최근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8일 비밀리에 방중해 시 주석과 회동한 데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 美, 이란 핵 협정 파기는 대북 메시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는 "북한과 진짜 협상을 원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란 핵협정처럼 미진한 수준의 합의는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다. 볼턴 보좌관은 이란 핵협정 파기가 북한과의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통령은 진짜 협상(real deal)을 원하고 있다는 게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도착해 김정은과의 회담을 준비하면서 북한 측과 논의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으로 돌아가는 것, 핵연료를 제거하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리프로세싱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던 것을 토대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그밖에 요구할 다른 것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억류 미국인 석방·회담 일정 발표’ 이뤄지면 ‘청신호’


폼페이오 북미정상회담 날짜·장소와 함께 주요 의제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돼 곧 발표하겠다고 거듭 공언했지만, 실제 발표가 늦어지면서 사전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모든 게 어떻게 돌아갈지 두고 볼 것이다. 아마 잘 풀릴 수 있고, 아마도 안 풀릴 수 있지만, 그것(협상 성공)은 북한, 한국, 일본과 전 세계를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모든 게 잘 풀리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과 관련해 "그들이 석방된다면 대단한 일“이라며 "우리 모두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조심스러운 낙관’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귀국하며 억류 미국인들을 함께 데려가거나 비슷한 시점에 이들이 석방된다면 북미정상회담의 비핵화 의제에서 합의점이 사실상 도출됐음을 뜻한다. 그럴 경우 회담 장소와 날짜도 곧바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