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도 담뱃갑처럼 ‘암’ 경고문 붙는다?…커피 효능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18-05-08 17:3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한국에서만 무려 265억잔의 커피가 소비됐다. 한국 인구를 약 5000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1인당 연간 약 530잔을 마신 셈이다. 이렇게 커피 시장이 우리나라에서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각성효과나 항암효과 등 커피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다. 커피에는 항암물질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커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커피 애호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예전부터 커피는 암을 일으킨다거나 암을 예방한다는 등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유해물질에 유독 까다로운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커피에 암 경고문을 붙일지도 모른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커피를 그만 마셔야 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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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에선 커피에 발암물질 경고문 부착 의무화


미국 법원은 7일(현지시간) 커피 판매 시 암 발병 위험성에 대한 경고문을 의무적으로 커피 제품에 부착하라는 지난 3월29일의 판결을 최종확정했다.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의 엘리후 벌리 판사는 이날 스타벅스와 다른 커피 판매업자들이 커피를 마시는 데 따른 이점이 로스팅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발암물질로 인한 위험 부담보다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30일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대형 커피 머그잔 뒤로 커피에 함유된 발암물질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경고문이 벽에 붙어 있다.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의 엘리후 벌리 판사는 7일(현지시간) 커피 판매업자들은 커피의 발암 위험성을 알리는는 경고문 부착을 의무화하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사진=AP/뉴시스)

캘리포니아주의 한 비영리단체는 2010년 약 90개의 커피 회사들을 상대로 발암 위험성을 경고하는 부착문을 붙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커피 업체들은 커피에서 화학물질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된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해가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8년을 끌어온 이 재판에서 위험 경고문을 부착하라는 최종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피고 측이 상소할 수 있고, 커피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액 등 구체적인 처벌 내용도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원고는 커피 업체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된 캘리포니아의 모든 성인에게 1인당 최대 2500달러(약 265만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는 무엇?

커피의 발암물질로 지목된 아크릴아마이드란 무엇일까. 아크릴아마이드는 커피의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백색, 무취의 화학물질이다. 그 외 식수 및 폐수 처리 시 불순물 제거제, 이음매의 틈을 메우는 코킹제(caulking), 화장품의 피부연화제, 종이 강화제, 윤활제, 식품 포장재, 접착제, 거품생성 보조제 등에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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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2년 스웨덴 과학자들은 아크릴아마이드가 식품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탄수화물 성분 함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은 낮은 식물성 식품을 120도 이상 고온으로 가열할 때 발생한다. 이후 암을 일으킨다는 동물실험 연구결과들이 쏟아졌다. 현재 아크릴아마이드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인 2A군으로 분류된다. 주로 감자튀김, 비스킷 등에서 많이 검출된다. 2A군이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말한다.


◆ 아크릴아마이드, 실제로 위험할까?


아크릴아마이드가 생각보다 유해하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다수다. 식약처는 “식품을 통한 아크릴아마이드 섭취의 경우 양이 미미해 인간이 암에 걸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크릴아마이드는 고온에서 조리를 하면 발생하는 물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대체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얼마만큼 섭취하느냐인데, 사실 커피에 함유된 아크릴아마이드 때문에 암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유해물질 간편정보지)


그러나 현재로선 아크릴아마이드의 무해성이 완전히 입증이 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개인적으로 아크릴아마이드 섭취를 줄이는 편이 이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반드시 발암물질 때문이 아니라도,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하루 3~4잔을 넘기면 우리 건강에 득보다 실이 많은 게 여러 연구의 결론이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유해물질 간편정보지)

식약처도 다시 한번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현재는 치명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많은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