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몰카’ 男모델 심적 고통 호소… “이 땅 떠나고 싶다”

입력 2018-05-08 11:30
홍익대학교 회화과 수업 도중 한 학생이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유포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홍익대학교 회화과 실습 강의 누드모델이었던 남성이 누군가 자신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이후 상당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을 가족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8일 하영은 누드모델협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하 회장은 “피해 모델이 주변과 연락을 아예 끊고 나와 에이전시하고만 대화 나누고 있다”면서 “며칠 동안 밥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계속 울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이 누드모델로 일하는 걸 모르던 부모, 친척, 지인이 알게 될까 봐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회장에 따르면 남성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모델 일은 아르바이트로 해왔다. 프로 모델이 아닌 남성이 주변에 비밀로 하고 활동하다 겪게 된 일이라서 충격이 더 컸을 거란 게 하 회장의 설명이다. 남성은 “너무 잔인하다. 무섭고 이 땅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 회장은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며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계속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모델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퍼트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학교 외부인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강의실 창문을 다 가리고 실습을 진행하는 데다가 학생 이외의 사람 출입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홍익대 회화과 학생회는 사건 발생 후 실습 학생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에 나섰지만 몰카 촬영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 사건은 경찰에 넘어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 회장은 사진에 달린 인터넷 댓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사진이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후 ‘이런 성기로 모델을 할 수 있냐’ 등의 심각한 조롱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이후 일부 네티즌이 사진을 다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 퍼트렸고 남성 모델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길만한 글이 수십여개 올라왔다.

이 과정을 본 다른 모델들은 자신도 같은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하거나 직업을 그만둘 결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회장은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처벌이 안 되면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