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좌우명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바른 것”

입력 2018-05-08 09:25 수정 2018-05-08 09:26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정자정야(政者正也).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밝힌 정치적 좌우명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정(政)이라는 글자의 본뜻은 나라를 바르게 한다’ 즉 정치는 바르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면서 늘 마음에 두고 좌우명처럼 생각하는 것이 ‘정자정야, 정치는 바른 것이다’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른 정책을 행하고, 정의를 따르고, 사사로이 흐르지 않고,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로 정자정야가 아니겠나”라며 “국가가 정의롭고 공정할 때 국민들은 국가를 믿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실향민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며 “어린 시절부터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인권 변호사 활동 당시 사회적 약자를 만난 경험을 언급하며 “평범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저를 정치로 이끈 계기”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고민도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가급적 임기 초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고 싶었다”며 “남북 합의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숙성시키는 과정이 없으면 다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임 1년이 되는 지금, 그 첫 단초에 마련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합의보다는 이행과 실천이 중요하다. 하나하나 두드려 가며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남북관계, 든든한 평화 만들기에 나서려 한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방문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의 ‘재팬 패싱’ 우려를 아우르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상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세계사적 대전환이 시작됐다. 한국은 앞으로도 일본과 긴밀히 소통하며 공조할 것”이라며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여정에서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북·일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일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한·미·일 공조,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북·일 관계 정상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일간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일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고도 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과거문제 청산에 기반한 북·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했다”며 “김 위원장은 언제든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일 문제에서 일본의 최대 관심사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납치 피해자 문제가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잘 알고 있다”며 “이 문제를 중시하는 아베 총리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도적 차원에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얘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협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납치 피해자 문제의 해결에 대해 일본 내 비관론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신중을 기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한다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전향적 자세에는 끊임없는 대화 노력이 뒷받침됐음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북·일 간 현안이 해결됨으로써 오랜 세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치유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앞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김 위원장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며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의 비관론에 대해서는 “물론 북·미 정상회담이 아직 개최되지도 않았고, 비핵화의 구체 조치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라면서도 “그러나 반대로 과거에 북한과의 북핵문제 협의가 실패로 귀결됐다고 오늘의 협의도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빠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며 “저는 북·미 합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역할을 다 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요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