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7일 울산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연휴를 즐기기 위해 외출하는 시민들이 많았을 텐데요. 깜빡하고 우산을 집에 두고 나왔다면 여간 낭패가 아닐 겁니다. 만약 누군가 우산을 준비해놓고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그것도 살이 부러지거나 고장 난 우산이 아니라 거의 새것이라면요. 감사 인사가 절로 나겠지요.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웃을 위해 버려진 우산을 수선한 뒤 집 앞에 내놓은 이웃이 있습니다. 이날 한 네티즌이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우리 아파트 어르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감사를 전했습니다. 글쓴이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비를 맞고 출근·외출하는 주민들을 위해 각 통로마다 이렇게 내 놓으신다”며 아파트 계단에 가지런히 놓인 우산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글쓴이에 따르면 선행의 주인공은 일흔이 훨씬 넘은 어르신입니다. 공개된 우산 사진을 보면 마치 새 것처럼 야무지게 정돈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모두 고장 나 버려졌던 우산입니다. 어르신의 마법 같은 손을 거쳐 새것이 된 겁니다. 비오는 날이면 주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직접 수리한 우산을 아무 대가 없이 내놓는다고 합니다.
이 우산 할아버지는 평소에도 이웃 주민들을 위해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습니다. 식탁, 장로, 의자, 등 고장 난 것이면 모두 새것과 다를 바 없이 수리해준다고 하는데요. 글쓴이는 “늘 건강하세요”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습니다.
이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내 일처럼 나서는 할아버지는 오늘도 버려진 우산을 주워 수리하고 있을 겁니다. 이웃집의 삐걱거리는 의자를 손보고 계실 수도 있고요. 봉사와 선행을 하는 이들은 그저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도 못 쓰게 된 물건이 할아버지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게 됐을 때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겠지요.
남을 돕는 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걸 울산의 ‘우산 할아버지’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할아버지, 존경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