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특검’ 배수진 김성태, 단식 닷새째… ‘타협점’은 어디에

입력 2018-05-07 09:05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국회 단식농성이 7일로 닷새째를 맞았다. 단식의 목표는 분명하다. 여당이 조건 없이 드루킹 특검을 수용해야 농성을 풀겠다고 했다. 한 달째 국회에 계류돼 있는 추가경졍예산안이나 판문점 선언의 비준 같은 사안을 연계시키지 말고 그냥 특검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개최한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를 응원하며 ‘24시간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있다. 의총에서도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단식투쟁과 천막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 기습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촉구할 방침이다.

◆ 국회서 벌어진 의원 폭행… 판 커진 ‘단식투쟁’


지난 5일 발생한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은 ‘특검 관철 단식농성’의 판을 키웠다. 한국당은 이를 ‘정치 테러’로 규정하며 ‘배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하루 만에 상해·폭행·건조물침입 혐의로 폭행범 김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신영식 부장검사)는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폭행해 상해를 가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범행 경위나 검거 후에 보인 태도 등에 비춰 재범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는 7일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범으로 검거됐기에 신속한 조사와 영장 청구가 가능했지만 정치적 파장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 여론의 관심은 ‘북한’에 쏠려 있다. 판문점 회담 전 정치권 최대 이슈였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한걸음 뒤로 물러선 자리에 놓여 있었다.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은 자칫 ‘외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단식농성을 정치 이슈의 전면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은 단식농성의 목표와 주장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한국당은 7일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목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단식농성의 이유이자 단식해제의 명분인 ‘드루킹 특검 무조건 수용’은 여야 대치 국면에서 갈수록 뚜렷하게 각인되고 있다. 이것이 관철되느냐 끝내 무산되느냐에 따라 여야 승패가 엇갈리게 됐다. 여야 모두 물러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 의장 “8일까지 국회 정상화”… 여권, 타협점 찾아낼까

여권에서 특검과 관련한 결정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몫이 돼 있다. 청와대는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당사자인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는 “특검뿐 아니라 더한 조사라도 받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선(先)수사 후(後)특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검·경의 수사를 지켜본 뒤 그래도 필요하면 그때 가서 특검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주장이다. 야당인 정의당도 민주당과 같은 주장을 편다.

국회는 4월에 이어 5월 역시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추경을 비롯해 산적한 법안을 두 달째 손도 못 댄 채 바라보기만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는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국당과 타협을 하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중요한 정책의 법안들을 서둘러 통과시키고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하는 조치들을 할 수 있다면 특검 수용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힘을 얻으려면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협상의 핵심 파트너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배수진을 친 채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데다 폭행 사건으로 여야 대화는 중단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8일’까지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설정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7일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타협의 여지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