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변경 약 2주 뒤 스트레스로 자살한 공무원에게 법원이 순직을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법원 공무원 고(故) 박모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순직 유족 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새로 맡은 업무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경매 업무를 담당한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해 약한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새 업무로 정신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추론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므로 업무와 사망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는 경매 업무로 보직이 변경되기 전 주변에 업무 관련 두려움을 토로했다”며 “일반적으로 경매 업무가 금전을 다뤄서 스트레스가 심한 점 등을 고려하면 박씨가 낯설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2년 법원서기보로 임명된 박씨는 2016년 7월 형사재판 참여업무에서 민사집행과 경매 담당 업무로 보직이 변경됐다.
박씨는 경매 업무에 민원 발생 소지가 많고 업무상 과실에 대한 금전적 책임이 수반되는 점 등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불면증, 우울증, 적응장애 등을 겪은 박씨는 발령 12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박씨는 경매 업무를 맡기 전까지 정신적 치료를 받았던 경력이 없다”며 “평소 꼼꼼하고 책임감 강한 성격이었던 박씨는 자신의 뜻과 달리 새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자 큰 상실감을 느끼며 자책했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유족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렀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이 “박씨가 받은 스트레스는 보통 평균인이나 직장인 입장에서 볼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한 정도였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법원, 보직변경 후 극단적 선택한 공무원 순직 인정
입력 2018-05-07 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