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원내대표에게” 46일 단식 ‘유민 아빠’의 편지

입력 2018-05-07 05:00 수정 2018-05-07 05:00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 농성을 했던 김영오씨 모습. 뉴시스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공개 편지를 남겼다.

김씨는 5일 페이스북에 “김성태 의원님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유민 아빠’로 불리는 김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46일간 단식 농성을 한 바 있다.

김씨는 “단식을 시작하고 하루에 5000~1만개의 악플에 시달렸다”며 “자식을 잃은 아빠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죽은 아이들을 오뎅이라고 부르고, 한달에 3만원 국궁은 200만원의 사치 스포츠가 되어 온갖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또 “저는 서울 시내 광화문 한복판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 사이에서 단식 했다”며 “폭식투쟁하는 일베들이 편히 먹을 수 있게 배려하여 자리도 깔아주었다. 누군가 봉지만 들고 지나가도 달려가 그 봉지에 먹을게 있나 뜯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김 원내대표가 ‘단식하며 힘든 점’으로 언급했던 내용을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노숙 단식투쟁은 실내에서 하는 것보다 5배나 힘들다”며 “그만큼 우리는 절박한 상황이고 몸을 축내면서 하는 건데 이걸 (사람들이)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런 김 원내대표를 향해 “국회라는 비공개적인 공간에서 고작 3일 단식하셨다. 그 정도도 각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서 단식을 하겠다 시작하셨나”라고 되물었다.

이어저는 46일 단식했어도 진실은 커녕 은폐하고 조작하며 비하하고 조롱까지 당했다.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당신들의 권력과 싸우기 위해, 또는 얘기 좀 들어달라고 단식을 하는데 해결 된 곳이 있느냐”며 지금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오씨 페이스북

김씨의 글은 김 원내대표가 갑작스러운 폭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위한 단식 농성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5일 괴한에게 턱을 가격당해 병원치료를 받았던 김 원내대표는 6일 목에 깁스를 한 채 단식 농성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나흘째 단식 중인 그는 의료진의 권고에도 수액 처방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폭행 사건 당일 오후 9시에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 “처참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만 난무하고 대의민주주의는 이미 실종됐다. 국기문란으로 헌정이 유린됐지만 제대로 된 저항과 분노 한번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 피습사건을 ‘정치테러’로 규정하고 의원들이 릴레이 동조단식에 돌입하는 등 강경 투쟁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