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서 ‘선크림’ 못바른다?… 산호초 보호 위한 판매금지법 의회 통과

입력 2018-05-06 15:56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하와이주가 산호초 보호를 위해 특정 화학물질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선크림) 판매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하와이에선 선크림을 함부로 바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하와이주 의회가 미국 50개 주 중 최초로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들어 있는 선크림의 판매·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옥시벤존은 현재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품 3500종 이상에 함유돼 있다. 이 법은 사실상 대부분의 선크림을 대상으로 한다.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수년 전부터 하와이 해양 생태계를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휴양객들이 선크림을 바르고 수영할 때 이 성분이 바다에 녹아들면서 산호가 하얗게 변해 어장이 황폐화하는 ‘백화현상’이 나타나곤 했다는 것이다. 해양 생물 역시 유전자가 변형되는 등의 문제가 생겨 하와이 정부는 골머리를 앓아 왔다.

하이레티쿠스 환경연구소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하와이 하나우마만의 산호초에는 하루 평균 412파운드(약 186㎏)의 선크림이 쌓이고 있다. 하나우마만은 매일 2600명가량 피서객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스노클링 명소다. 하와이주 육지·천연자원국은 하와이 바다 일부에서 옥시벤존 농도가 산호초 안전치의 30배를 넘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하와이는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하와이안항공은 지난달부터 승객들에게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진 자외선차단제 샘플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또 승객들에게 산호초 보호 내용이 담긴 11분짜리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러나 선크림 판매 금지가 사실상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조르그 위든멘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산호초연구소장은 네이처에 “이상 기후, 남획, 산호초 포식자, 해안침식 등도 산호초를 파괴한다. 선크림 판매금지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선크림 생산업체들 역시 법안에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옥시벤존과 옥타노세이트는 거의 모든 선크림에 들어가는 성분이며, 이 성분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또 선크림은 피부암 예방에 필수적이어서 선크림을 금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가 ‘선크림 판매 및 유통 금지’ 법안에 서명하면 2021년 1월 1일부터는 선크림 판매와 유통이 금지된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