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빙그레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지원한 취업준비생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달 18일 빙그레 홈페이지에서 입사지원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제출하는 ‘지원하기’ 버튼까지 눌렀다. 그런데 이후 홈페이지에서 ‘지원서 조회’가 되지 않았다. 질의응답 게시판에 이를 문의하는 글을 남겼다. A씨처럼 ‘지원 확인’을 요청하는 글이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100건 넘게 게시판에 올라왔지만 회사 측은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
서류전형 발표일인 4월 30일에도 A씨는 빙그레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지원서를 조회할 수 없었다.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가 난 후에도 같은 상황이 계속됐고 응시자들은 ‘서버 문제로 인한 서류 누락’을 의심했다. A씨를 포함해 100여명의 빙그레 공채 지원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이들은 “서버 문제로 서류가 누락된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후 A씨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빙그레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다.
인사담당자는 “합격, 불합격을 확인해주겠다”며 A씨의 성명과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성명과 전화번호를 말하자 인사담당자는 “불합격이네요”라고 답했다. A씨는 “저는 지금 서류 누락 의심 때문에 확인을 부탁드린 건데 어떻게 결과가 불합격이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인사담당자는 황급히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넘겼다. 전화를 넘겨받은 이도 성명과 전화번호를 요구했고, 그는 A씨에게 “최종 지원을 안하셨는데요”라고 답변했다.
빙그레 홈페이지에서 작성한 그의 입사지원서류는 빙그레에 제출되지 않은 것이었다. ‘지원서 조회’가 되지 않아 이 카톡방에 모인 응시자 100여명도 같은 상황일 가능성이 컸다. A씨는 “지원서가 누락된 게 어떤 문제 때문이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는 투였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이 분노한 건 취준생 사이에서 회자되는 ‘서버탈락’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버탈락은 지원자의 노력과 무관하게 서버 과부하로 인해 지원서류가 누락돼 입사시험에서 떨어지는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취준생 B씨는 “제 역량이 부족해서 서류전형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저의 책임이고 다음 기회에 열심히 재도전하겠지만 이번 경우는 나의 노력과 무관한 전산상 오류”라고 하소연했다.
빙그레는 이후 홈페이지에 ‘원인을 확인 중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두 번째 수정된 공지문에는 말미에 사과 문구를 한 줄 추가했다. B씨는 “과거부터 빙그레를 목표로 준비했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정말 밤낮으로 노력했다. 분명을 지원을 했는데 없는 사람처럼 된 이들에게 시스템 오류란 말과 사과 문구 한 줄로 대처한 회사에 실망”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피 말리며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우리 심정에 공감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원자들은 시스템의 ‘서버탈락’ 오류가 원서 접수 기간 내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마감 일주일 전에 서류를 낸 지원자부터 마감 당일 제출한 지원자까지 다양한 날짜에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류가 인사팀에 전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낙담하는 쓰라린 경험을 해야 했다.
보통 공채 전형의 경우 마감일에 지원자가 몰리면 서버가 불안정해져 아예 접속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럴 경우 기업은 통상 서류접수 기간을 연장하고 서버를 점검해 응시 기회를 준다. 빙그레가 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건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류 합격자 발표 후 시스템 오류로 접수 누락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누락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추가로 서류접수를 받고 심사를 진행해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저희 실수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서류심사도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현 인턴기자, 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