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 각오하고 씁니다” 광주 집단폭행 경찰의 항변들 (영상)

입력 2018-05-06 05:00


피해자 지인이 인터넷에 CCTV를 공개해 억울함을 토로했던 광주 집단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초동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경찰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일자 광주경찰서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짧은 영상은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직접 발표했다. 현직 경찰이라는 한 네티즌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짧은 영상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을 두둔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영상과 경찰 해명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현직 경찰이라고 설명한 한 네티즌은 4일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자신을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그는 “광주경찰이 왜 그렇게 욕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욕하는 이유는 몇초짜리 동영상 때문”이라며 짧은 영상을 놓고 전체를 판단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 경찰관이 도착했을 때 계속 폭행 중이었음에도 소극적으로 말리거나 지켜만 봤다면 당연히 징계감”이라고 적었다.

그는 “제가 본 동영상에는 경찰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폭행하는 장면은 없었고 경찰의 손을 뿌리치는 정도였다”면서 “그런 장면 만으로 가해자에게 테이저건(전자충격기) 쏜다는 등 제압행위가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경찰이 문신한 가해자들에게 쫄았다고 하는데 현장에 있던 경찰이 쫄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도 사람인지라 쫄 수도 있고 저도 몇번 쫀 적 있다”면서도 상대가 경찰에게 위력을 가하면 테이저건을 써서라도 대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문신한 가해자들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한다면 당장 사표쓰고 나가라고 하고 싶다”면서 “그러나 위험에 빠진 시민을 앞에 두고 징계 걱정 먼저 하고 자기 몸 사리는 경찰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순호 광주 광산경찰서장은 4일 광주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SNS 동영상만 보면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신속한 출동, 상호 분리, 부상자 후송, 경찰 장구 이용한 체포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 서장은 "남자 여러 명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차 2대(경찰관 4명)가 4분 만에 도착했으나 격한 폭행은 종료됐고 심하게 폭행당하고 쓰러졌다가 일어난 피해자를 순찰차로 병원에 이송했다"고 했다. 이후 경찰이 다른 피해자에게 피해 내용과 가해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 1명을 공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4명은 가해자 4명의 팔을 꺾고 넘어뜨려 제지했다고 덧붙였다.




김 서장은 인접 지역 순찰차들과 지원 경찰관이 추가로 도착해 가해자 7명 전원에게 수갑을 채워 체포했다면서 격렬히 저항하는 가해자들에게는 테이저건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광주경찰은 가해자 7명 중 3명을 구속했다. 이후 추가로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김 서장은 "조직폭력배 연관성, 살인미수 적용 여부 등도 철저히 수사 중"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력 퇴치를 위해 대대적으로 단속·검거하고 현장 경찰관이 당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건에 대해 경찰서장이 직접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 대처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사건 당시 CCTV가 퍼지면서 경찰의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차에 호송되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엉켜 치고받는 모습이 촬영됐다.

한편, 광주 집단 폭행 사건 가해자를 엄벌하자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에는 5일 현재 25만명이 서명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