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권 디자인과 색상이 32년만에 바뀌면서 “한국 여권은 왜 녹색이지”하는 의문이 생긴다. 국가마다 다른 색상을 가진 여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은 다른 국가를 방문할 때 ‘증명서류’다. 여권 색에는 정치·종교·지리적 특성이 반영돼 있기도 하고 국가 간 연대를 다진다거나 하는 실용적 의미를 담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 국가들의 여권 겉면 색은 녹색/적색/청색/흑색으로 돼 있다.
녹색 여권을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이다. 녹색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알려졌다. 모든 이슬람 국가가 녹색 표지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예멘은 파란색 표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 외에도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에 속하는 나미비아,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 국가들도 녹색 여권을 쓰고 있다.
적색 여권은 과거 공산주의를 채택했던 국가들,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주로 사용한다.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적색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혹은 국기 등 국가의 상징에 적색이 들어가 여권 색을 적색으로 채택한 나라도 있다. 일본과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청색 여권을 쓰는 국가들도 다른 국가와 비슷한 의미를 여권 색에 부여하고 있다. ‘메르코수르’라는 관세 동맹을 맺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청색 여권을 쓰고 있고, 미국의 경우는 1976년 국기인 성조기 색에 맞춰 청색으로 여권 색을 변경했다.
흑색 여권을 쓰는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많다. 앙골라, 콩고, 코모로, 라이베리아, 말라위 등이 흑색 여권을 사용한다. 뉴질랜드도 흑색 여권을 사용하는데,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색이 흑색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대한민국 일반 여권은 녹색 표지에 금박 국장을 새긴 형태다. 그 밖에 남색 외교관 여권과 공무 출장자를 위한 황갈색 관용 여권도 존재한다.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디자인이란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가있고 너무 튀거나 디자인이 자주 바뀌면 출입국 과정에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무난한 디자인으로 오래 사용한다”고 돼 있다. 외교부 여권 업무 담당자는 “현재 사용하는 여권 색에 큰 의미는 없고 (사용자가) 질리지 않는 색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는 ‘초록색 여권을 사용하는 나라는 이슬람 국가가 대다수’라며 표지를 파란색으로 변경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해외공항, 철도, 고속철도에서 붙잡히거나 불필요한 질문들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태극기에 녹색은 없다”고 적었다. 네티즌 일부는 바뀌는 색이 북한이 여권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청색 계열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2일 발표한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2018~2022)에서 ‘차세대 전자여권 도입 계획’과 연계해 여권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전자여권’은 2020년 도입 예정이다. 새 디자인은 2007년 디자이너 10명이 참여한 ‘여권 디자인 개선을 위한 공모전’에서 안상수 디자이너와 함께 최우수작을 공동 수상한 김수정 서울대 미대 교수의 공모안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