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임원이 2013년 7월 고용노동부 간부를 찾아가 불법파견 의혹으로 수시근로감독을 받던 삼성전자서비스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삼성 측이 경총을 동원해 로비를 시도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경총은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의혹 제기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라는 자료를 작성해 이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특정 회원사를 위해 경총이 정부에 입장을 전달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경총 고위간부 A씨가 이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노동부와 접촉했다.
A씨는 노동부 간부를 만나 불법파견 근로감독 기준을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기준으로 근로감독을 한다면 서비스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시근로감독을 받고 있던 삼성전자서비스를 위해 근로감독 기준 완화를 부탁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총 측은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총이 이렇게 움직인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삼성전자서비스의 ‘서비스 안정화 마스터플랜’에는 ‘고용노동부 적법도급 총력대응’이란 항목이 있다. 여기에는 적법도급 판단 유도, 노동부 출석 서비스센터 직원 사전 교육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플랜의 일부를 경총이 실행한 셈이다.
노동부는 2013년 6월 24일부터 그해 8월 30일까지 한 차례 조사기간을 연장해가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14곳을 근로감독한 뒤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파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노동부의 이 같은 결론을 두고 당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근로감독관과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녹취록엔 “(조사 기간이) 한 달 연장됐잖아. 그 전까지는 이거 ‘불파’(불법파견)라고 했는데, 이게 갑자기 실장 보고가 들어갔어요. 거기서 바람이 빠져버린 거예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노동부는 과거 근로감독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