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승무원 ‘유니폼’ 불만 폭주 “조현민 때문에… 질염·방광염 고통”

입력 2018-05-05 07:20
국민일보DB/뉴시스

대한항공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 진에어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폭로에 동참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진에어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는 4일 기준 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조 회장 가족의 각종 만행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일 개설된 이 채팅방에는 유독 ‘유니폼’ 관련 불만이 많았다. 진에어 승무원들은 연두색 계열 셔츠 또는 반소매 티와 다리에 꼭 붙은 이른바 ‘스키니진’을 입는다. 직원들은 기압이 오르는 기내 특성상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가 다리를 더욱 옥죄어와 소화불량을 유발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질염이나 방광염 등 질병에 시달리는 승무원도 상당수라고 한다.

한 승무원은 “질염뿐 아니라 바지가 위장기관을 압박해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 된다”면서 “굶고 비행하면 어지러우니 할 수 없이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 호소했다. 다른 승무원은 “이 청바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고집한 것”이라며 “바지 때문에 쓰러진 승무원도 있었다. 당시 의료진이 가장 큰 문제는 조이는 스키니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에어는 승무원들의 거듭된 불편함 호소에도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사측의 ‘스키니진 고집’이 조 전 전무가 청바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진에어 직원들이 만든 '진에어 갑질 불법비리 제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사진 = 진에어 오픈채팅방 캡쳐. 뉴시스

기내 면세품 판매 시 계산 착오로 인해 판매 금액이 부족할 경우 사측이 승무원에게 손님으로부터 직접 차액을 받아내라고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승무원들은 손님에게 연락해 모자란 금액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발생하는 등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차액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사비로 메워야 했다고 한다.

진에어는 이에 “회사 이름에서 ‘진’이 청바지를 의미하는 것도 있어 조 전 전무가 부임한 2012년보다 훨씬 전인 2008년 설립 당시부터 이 유니폼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기내 면세품 판매에 대해서는 “오늘부터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을 중지하기로 했다”면서 “지금까지 승무원이 차액을 책임지도록 강요한 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