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시도했다가 혼자만 살아남자 망자의 외제승용차 훔친 30대 남자.

입력 2018-05-04 16:09
동반자살을 약속한 남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자 그의 외제승용차와 노트북 등을 훔친 비정의 30대 남자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남성과 동시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자신만 목숨을 건지자 절도범으로 변신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4일 투신자살한 남자의 승용차 등을 훔친 혐의(절도 등) A(3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가 자살을 결심하고 전주 덕진구 아중저수지에 몸을 던진 것은 지난달 27일 새벽.

차가운 물속에서 체온이 식어가던 그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자살이 아닌 삶을 선택한 것. 그는 간신히 교각 기둥을 붙잡고 저수지를 헤엄쳐 목숨을 건졌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물욕’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신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결국 숨진 B(31)씨가 남겨놓은 고급 외제차와 노트북 등이 떠오른 것이다.

B씨가 저수지에서 숨진 사실에 안도한 A씨는 B씨가 타고 다니던 BMW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 평소 B씨가 사용하던 노트북 등도 챙겼다.

투신 직전 B씨가 차 안에 차 키를 놓는 모습을 기억해 벌인 범행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SNS를 통해 지난 3월 27일 동반자살을 하기로 약속하고 전주와 완주 지역 저수지를 물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 살아남게 된 A씨는 B씨의 시신을 회수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그의 유품 절도 행각을 벌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B씨 시신이 며칠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해 B씨 차량을 몰고 가는 30대 남자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A씨는 저수지에서 1㎞ 떨어진 한 음식점 앞에 B씨 차를 두고 자신의 차로 갈아탄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사건 발생 7일 만에 전주 시내 한 사우나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가 절도 전과 8범인 사실을 밝혀내고 계획적으로 B씨를 숨지게 한 뒤 절도행각을 벌였는지 조사 중이다.
A씨는 경찰에서 “빚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혼자 살아남게 됐다”며 “어쩌다가 혼자 살아남았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시내로 나가려면 차가 필요했을 뿐 절도행각을 벌일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아남은 A씨가 아직까지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고의성 여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