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연기적 강박 내려놔”… ‘버닝’이 특별했던 이유

입력 2018-05-04 15:30
영화 '버닝'의 배우 유아인이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칸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 ‘버닝’은, 혹은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 유아인(32)에게 이토록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유아인은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버닝’의 칸영화제 수상 여부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입을 뗐다. 그는 “사실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겸손해했다.

‘버닝’은 올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유아인은 ‘버닝’으로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그는 “개인사가 아니라 영화를 소개하러 가는 자리이지 않나. 무엇보다 이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은 영화를 잘 알릴 수 있길 바란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유아인은 “원작을 읽기 전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그 자체의 묘사가 구체적이었다.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인물의 감정이나 대사가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 인상적이었다”며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의 정서와 정체성을 담고 있으면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지점이 많을 거라고 강조했다. 유아인은 “우리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저는 오히려 청소년들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여한 배우로서의 소감보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전혀 다른 영화다’ ‘새롭게 말을 거는 영화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명과 암 등 우리는 영화에서 수없이 그런 것들을 접하고 품고 매료되기도 하며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계속 좋아지는 건 아니잖나”라며 “(그런데 ‘버닝’은) 명확한 접근보다 윤리적인 태도를 지닌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은 스스로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연기 스타일에서부터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본인은 이에 대해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유아인은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비교적 많은 작품을 소화하다보니까 표현에 대한 강박이 생겼던 것 같다.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표현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며 “흔히 배우의 연기를 표현할 때 ‘천의 얼굴이다’ ‘유려한 연기를 한다’고 말하는데 (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잘하고 싶어서 안달하고 애쓰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표현에 대한 강박 때문에 너무 외향적이었던 제 (연기적) 관성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서 “감독님이 요구하신 것도 그랬다. ‘네가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자신에 가깝게 연기하면 보다 해석의 여지를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하셨다. 그런 연기를 해내는 게 이번 작품에서의 과제였다”고 털어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