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은, 혹은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 유아인(32)에게 이토록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유아인은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버닝’의 칸영화제 수상 여부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입을 뗐다. 그는 “사실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겸손해했다.
‘버닝’은 올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유아인은 ‘버닝’으로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그는 “개인사가 아니라 영화를 소개하러 가는 자리이지 않나. 무엇보다 이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은 영화를 잘 알릴 수 있길 바란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유아인은 “원작을 읽기 전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그 자체의 묘사가 구체적이었다.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인물의 감정이나 대사가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 인상적이었다”며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의 정서와 정체성을 담고 있으면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지점이 많을 거라고 강조했다. 유아인은 “우리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저는 오히려 청소년들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여한 배우로서의 소감보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전혀 다른 영화다’ ‘새롭게 말을 거는 영화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명과 암 등 우리는 영화에서 수없이 그런 것들을 접하고 품고 매료되기도 하며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계속 좋아지는 건 아니잖나”라며 “(그런데 ‘버닝’은) 명확한 접근보다 윤리적인 태도를 지닌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은 스스로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연기 스타일에서부터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본인은 이에 대해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유아인은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비교적 많은 작품을 소화하다보니까 표현에 대한 강박이 생겼던 것 같다.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표현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며 “흔히 배우의 연기를 표현할 때 ‘천의 얼굴이다’ ‘유려한 연기를 한다’고 말하는데 (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잘하고 싶어서 안달하고 애쓰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표현에 대한 강박 때문에 너무 외향적이었던 제 (연기적) 관성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서 “감독님이 요구하신 것도 그랬다. ‘네가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자신에 가깝게 연기하면 보다 해석의 여지를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하셨다. 그런 연기를 해내는 게 이번 작품에서의 과제였다”고 털어놨다.
☞
☞
☞
☞
☞
☞
☞
☞
☞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