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2018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이 생중계된 이래 연일 북한 관련 기사가 주요 포털의 메인 기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방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대중의 이목을 끄는 건 ‘경제’ 부문입니다. 비핵화 논의로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일까요. 북한 지하자원의 가치,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정책 변화 등 북한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는 추세입니다.
제대로 된 지표가 전무한지라 북한 경제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 분석도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통일된 의견은 ‘북한 내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정부 배급이 어려워지고 각자도생의 길이 열리면서 주민의 삶에 자본주의가 자연스레 이식됐다는 겁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장마당에서 돈을 주고 생필품이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 영상물을 구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2014년 BBC가 선정한 ‘세계 100대 여성’에 선발된 탈북 여대생 박연미씨가 그해 5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 ‘북한 장마당 세대의 희망’을 보면 이러한 생활상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93년생인 박모씨는 자신을 ‘장마당 세대’라 정의하며 이들이 ‘자본주의적이며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시장과 함께 자랐고, 그곳에서 사고파는 일을 경험했다”며 “나 역시 북한에서 정기적으로 엄마와 장마당 쇼핑을 했다”고 회고합니다. 이어 “해외 영화에서 본 것처럼 부자가 되길 꿈꾸는 또래가 적지 않았다. 정권은 아직도 자본주의가 악하다고 하지만 ‘주체’는 죽었고 시장이 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사회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처럼 재편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북한인권운동가 수잔 솔티 디펜스포럼 대표는 ‘북한 여성’이라 답합니다. 솔티 대표는 “북한 여성은 배급 체계 붕괴 이후 가족생계를 위해 시장경제 체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며 “장마당이 있어 북한이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또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 드라마와 외국 방송을 보며 바깥세상에 향한 욕구를 채워나갔다”며 “이러한 노력 덕에 북한은 완전한 어둠에서 벗어나 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합니다.
남북통일 후 북한 복음화를 위해 힘쓸 탈북민 목회자 중에도 여성의 비율이 꽤 높습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소속으로 장로회신학대학교 졸업 후 교회를 개척한 송혜연 하나목양교회 목사는 “탈북민 목회자의 남녀비율은 5대 5쯤 되는데 신학을 전공하고 사모가 된 이들까지 합치면 여성이 더 많을 것”이라며 “탈북민 가운데 여성이 많고 중국에서의 탈북 과정이나 한국 정착 도중 교회와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송 목사는 “탈북민 목회자는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을 품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거다. 특히 여성 목회자는 문화충격으로 가치관 혼란을 겪을 북한의 가정을 복음으로 세우는 일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가정을 이끄는 실질적 가장이 여성임을 고려한다면, 북한 복음화에도 여성 목회자가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당으로 북한 경제의 주역이 된 북한 여성, 이들이 통일 이후 본격화될 북한 복음화에도 큰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합니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