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을 45년 만에 전한 딸이 있습니다.
1973년 생활이 어려워 아무것도 모르던 열한 살 소녀를 보육원에 맡겨야 했던 엄마. 아이는 프랑스로 입양돼 성장하면서 외국인과 결혼도 했지만, 입양될 때 엄마와 자기를 이어줄 보육원 입소 카드는 항상 소중히 간직하고 30년 전부터 엄마를 찾아나섰습니다.
헤어질 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든 딸은 55세가 돼서야 그토록 찾던 83세 엄마의 손을 맞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해 음마. 보고싶었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만 하며 눈물을 쏟아낸 엄마와 서툰 한국말로 사랑한다는 첫 마디를 전한 딸. 이 모녀는 3주간 부산에서 함께 지내며 못다한 얘기를 할 거라고 합니다.
이들을 도운 건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이었습니다. 접수한 지 1년이 지난 실종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하던 중 1970~80년대 무연고 실종 아동들의 해외 입양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 딸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게 됐습니다.
보육원 수녀의 요청으로 딸의 기억과 보육원 카드에 적힌 이름 세글자로 추적에 나선 경찰. 딸에게 보육원에 맡길 당시의 엄마의 모습을 물었습니다. 엄마와 이름이 같은 1925년생부터 1950년생까지의 사람을 일일히 찾아 보육원 카드에 성이 잘못 써 있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부산에 살던 엄마와 9000㎞ 떨어져 있던 딸을 이어주는 다리가 됐습니다. 대구 경찰은 미국으로 입양 간 입양아동들도 찾아주는 등 이렇게 가족의 끈을 이어주는 활동을 늘리겠다고 합니다.
45년을 떨어져 지낸 엄마와 딸이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본 경찰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근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 경찰관의 미소를 생각해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