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종로여관 방화' 피의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4일 유모(53)씨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 공판에서 "사소한 이유로 다수 사람이 자고 있는 여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7명이나 되는 사람이 사망했다.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결심공판에서 "인간 존엄의 근간인 생명권을 침해했고 방화 범죄 특성상 엄중한 처벌을 통한 일반 예방의 필요성도 있다"며 유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지만 소위 취해서 사물변별,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방화 목적으로 주유소를 찾아가서 휘발유를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서 라이터를 구입하는 등의 과정을 보면 결코 홧김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도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당시는 새벽 3시쯤로 숙박자들이 다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죽어도 상관 없다는,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며 "성매매 알선 거부에 화가 났다는 범행 동기가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비춰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불법성이나 비난 가능성 또한 관용을 베풀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크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전체적으로 범행을 자백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행 직후 스스로 신고해 수사에 협조하기도 했다"며 "이런 사정 등을 모두 참작해 보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의문의 여지 없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심공판 당시 유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모든 게 제 잘못이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1월 20일 오전 3시8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7명을 죽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고로 숨진 사망자 중에는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 온 30대 어머니와 10대 딸 2명이 포함됐다.
유씨는 여관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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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