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승차 시비 피해자 실명위기…‘엄벌' 청원 12만명 넘어

입력 2018-05-04 07:36
사진=보배드림 캡처

광주 도심에서 택시 승차 시비에 휘말린 30대 남성이 집단구타를 당해 실명위기에 빠졌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신속히 제압하지 못해 폭행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3일 택시 승차 순서를 다투던 상대방을 집단폭행한 혐의(집단상해 등)로 박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달 30일 오전 6시쯤 광주 수완동 한 도로 옆에서 택시 승차 순서를 둘러싼 다툼을 벌이다 정모(33)씨를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정씨의 얼굴과 가슴 등을 주먹과 발로 때리거나 걷어찬 데 이어 벽돌 크기의 돌멩이로 내리치고 나뭇가지로 눈을 찌르는 등 무차별 폭행했다. 일부는 웃통을 벗고 문신이 새겨진 상반신을 드러낸 채 한동안 거리를 활보했다. 정씨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나 오른쪽 눈 뼈가 조각나 실명위기에 놓였다.

당시 박씨 일행은 남성 7명과 여성 3명 등 10명이었고 정씨 일행은 남성 3명과 여성 2명 등 5명이었다. 박씨 등은 인근 술집에서 밤새 술을 마신 뒤 귀가하려다 자신들이 잡은 택시를 정씨 일행이 가로채고 “째려본다”는 이유로 시비를 벌였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초동대처에 소홀했고 집단폭행을 적절히 제압하지 못했다. 사건현장은 광산경찰서 수완지구대에서 600m 거리에 불과하지만 신고지령 3분 만에 도착한 경찰은 순찰차 1대에 탄 경찰관 2명뿐이었다. 인근 지구대와 광산서 형사계 등의 순찰차 9대와 지원인력 21명이 추가로 도착할 때까지 20여분 동안 경찰은 집단폭행 현장을 강 건너 불 보듯 지켜봤다.

수완지구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총을 쏘거나 테이저건 등을 무작정 사용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인력을 기다리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청원이 등장해 12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참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