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네이버 ‘추천 몰아주기’ 극성

입력 2018-05-03 20:03

커뮤니티서 ‘좌표’ 이뤄지면 10분 안에 ‘베스트 댓글’ 점령
1시간 안에 기존 베댓 밀어내
바른ICT연구소 “댓글 조작 가능성 점수화로 표기해 이용자들이 알 수 있게 해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표적이 된 기사 댓글에 조직적으로 추천을 누르는 ‘추천 몰아주기’가 2016년부터 네이버에서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몰아주자’며 기사 주소를 띄우는 ‘좌표 찍기’가 이뤄지면 10분 안에 베스트 댓글(베댓)이 점령되고 1시간 안에 기존 베댓을 밀어낼 수 있었다. 일단 특정 집단이 기사를 표적으로 잡으면 10분이 채 안 돼 댓글 여론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IT기술의 부작용과 해결책을 연구하는 바른ICT연구소는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차미영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이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네이버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한 결과 조직적인 추천 몰아주기는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벌어진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SK텔레콤이 후원해 2015년 설립된 민간 연구기관이다.

정치 성향이 뚜렷한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와 ‘일간베스트’가 좌표를 찍은 기사 115건을 분석했을 때 기사별 추천 순위 20위 안에 드는 베댓이 만들어진 시간대는 기사 출고를 하고 5∼10분 지난 뒤였다. 일단 베댓이 결정되면 다른 댓글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묻혔다. 기사 출고 뒤 6시간이 지날 때까지 댓글은 꾸준히 달렸지만 베댓이 되진 못했다.

박용완 바른ICT연구소 연구원은 “베댓 독점에는 좌표 찍기뿐만 아니라 매크로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기존 베댓을 끌어내리고 자신들의 댓글을 베댓으로 올리는 ‘댓글 여론 뒤집기’도 손쉽게 이뤄졌다. 일단 커뮤니티가 좌표를 찍으면 베댓은 기사 출고 1시간 앞뒤로 결정됐다.

박 연구원은 “기존 이용자가 단 댓글이 먼저 수백개의 추천을 받아 베댓에 올랐어도 커뮤니티가 움직이고 1시간이 지나면 베댓이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좌표가 안 찍힌 기사의 댓글을 분석했을 땐 베댓이 형성되는 시간대가 다양했다. 관심도가 덜한 날씨 기사를 보면 기사 출고 뒤 2시간이 지나서도 베댓이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정치를 다룬 총선 기사라도 커뮤니티가 개입하지 않으면 기사 출고 5∼6시간이 지나서도 특정 댓글이 베댓에 올랐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장은 “공감횟수, 작성 시간, 댓글 작성의 시간적 간격 등을 고려해 댓글 조작 가능성을 점수로 표기할 필요가 있다”며 “형태소와 문맥을 분석해 신뢰와 편향성 점수를 낸 뒤 포털 기사에 표기해 이용자들이 댓글 조작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