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비만 3000만원” 이명박이 ‘다스 재판’ 미루자는 이유

입력 2018-05-03 17:29 수정 2018-05-03 17:34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방대한 검찰 수사 기록을 이유로 다스 횡령 혐의를 재판에서 나중에 다루자고 요구했다. 검토할 분량이 적은 혐의부터 먼저 다투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수사 기록을 복사하는 데만 3000만원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기록이 적은 대로, 심리 순서를 변경하자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기록 복사하는 데만 3000만원이 드는 사건을 제가 겪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양이 방대하다”면서 “검찰 말대로 ABC순으로 (재판을 진행해야) 실체가 밝혀진다고 하면 이해하겠지만 이 사건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다스 의혹'과 관련 뇌물수수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 강훈, 피영현 변호사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검찰은 다스 횡령 혐의,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혐의,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공직임명 대가로 민간인들에게 금품수수한 혐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혐의 순으로 심리를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검사 또 “저희는 상당히 오래전에 ABC 순으로 (재판을 진행하자고) 입증계획을 제시했는데 지금에 와서 CBA 순으로 하면 좋겠다고 하니 뭐라 말씀드리기조차 어렵다”고 불만했다.

또 “검찰이 저희 입장을 속된 말로 패를 먼저 선의로 제시를 한 데다가 복사기를 두 세대씩 돌려서 (수사기록을 빠르게) 복사해드렸다”며 이명박 변호인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부부장검사는 “검찰이 입증계획을 1회 공판준비기일 일주일 전에 이렇게 자세히 낸 적이 없다”며 “복사해간 지 열흘이 넘었는데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 증거 인부(피고인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를 빨리해달라”고 재촉했다.

이명박 변호인단은 “석 달 뒤에 인부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대응했다.

재판 횟수에 대해서도 팽팽한 의견이 맞섰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4회 재판을 열자고 주장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 7명이 그런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면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재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2회 공판준비기일은 10일 열린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