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및 북미 회담에 나선 북한의 태도에 대해 “대단히 진지하다”고 평가했다. “과거와 달리 막무가내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며 큰 위험 부담을 안은 채 자기 것을 내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北, 과거와 달라졌다”
청와대는 3일 문 대통령과 헌법기관장 오찬회동 내용을 설명하며 이 같은 문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오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낙연 국무총리,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참석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후속 이행 조처를 설명했고, 이어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판문점 선언을 중심으로 의미를 새기고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오찬은 예정된 시간을 30여분 넘겨 오후 12시부터 1시30분까지 진행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번 판문점 선언이 잘 지켜질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클린턴 대통령의 약속이 부시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무산되고, 오바마 대통령 때의 이란 핵합의도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약속을 지킬 시간이 충분하다. 시간이 약속의 이행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북한도 진심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북 쌍방 전략전술적인 고려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보다는 진심이 더 느껴졌다. 선언보다는 실행이 더 중요하지만 남북 모두 진심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실행도 큰 어려움 없이 잘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판문점 선언문 자체보다 정상회담 과정이 생중계된 게 회담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특히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로 말씀을 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경청하는 모습은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로 발신하는 역할을 했다. 회담 뒤 있을 수도 있는 논란을 없앴다”고 평가했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뢰를 강조하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우리는 그동안 약속을 지켰는데 항상 북한이 먼저 깼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신뢰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신뢰는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도 대단히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회담에 임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막무가내 주장을 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북으로서도 대단히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남북정상회담 때 메뉴와 동일한 음식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냉면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음식인 달고기 등으로 식사를 했다.
◆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생략… 안보외교 ‘올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외교 이슈가 이어지면서 일상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청와대는 오는 10일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기자회견 없이 간소하게 맞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큰 결과가 나왔고, 생중계를 통해 전 국민이 회담을 지켜봤다. 대통령의 메시지도 다 공개됐기 때문에 별도 기자회견은 안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세 번째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집회 여파로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 당일 정식 기자회견 대신 대국민담화 형식을 빌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주년 하루 전날인 9일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고 밤늦게 청와대로 복귀한다. 1주년 당일에도 청와대 집무실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 계획 등을 챙길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는 거창한 기념식 대신 소소한 행사를 준비했다. 10일 청운동·효자동·삼청동 등 청와대 인근 주민들을 청와대 마당인 녹지원에 초대해 음악회를 개최한다. 또 청와대 소장 미술품 30여점을 7월 29일까지 청와대 사랑채에서 공개키로 했다. 취임 1주년에 맞춰 그동안 부분적으로 통제됐던 인왕산길도 완전히 개방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연설문과 발언을 담은 연설문집을 오는 7월 발간할 방침이다.
☞
☞
☞
☞
☞
☞
☞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