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금괴 4만여개를 홍콩에서 국내 공항 환승구역으로 몰래 들여와 일본으로 밀반출해 4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밀수금괴 중계조직 일당 13명이 검찰에 검거됐다.
인천과 김해공항의 환승 구역을 통해 1년 6개월간 4만개 금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국내 공항이 금괴 출발지 세탁장소와 밀수통로로 악용됐다.
검찰은 이 같은 불법 금괴 중계무역 행위에 대해 관세법을 적용해 처음 기소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조대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자금조달 담당 A씨(53)와 운반조직을 총괄한 B(46) C(55) D씨(45)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운반담당자를 모집하고 관리한 E씨(46·여)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을 기소중지 했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년6개월동안 금괴 4만여개를 홍콩에서 국내로 밀반입 한 뒤 한국인 여행객을 이용해 일본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외국물품을 보세구역인 공항 환승구역에서 해외로 반출하려면 반송신고를 해야하는데도 금괴 4만여개를 일본으로 몰래 반출시킨 점을 토대로 법리를 검토했다.
피의자들은 국내 관세법상 처음으로 밀반송 규정이 적용돼 구속됐다.
지난 2014년 일본 소비세가 인상하면서 금 시세차익을 노리고 홍콩 금괴를 국내 공항 환승구역으로 밀반입해 일본으로 반출하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었으나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 처벌사례가 없었다.
공항 환승구역의 경우 출국 대기장소이기 때문에 물품을 반입하더라도 밀수에 해당하지 않아 세관 단속 권한이 미치지 않았다.
이때문에 지난 수년 동안 국내 공항이 홍콩에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금괴 밀수의 주요 통로가 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홍콩에서 한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환승객으로 가장한 뒤 국내 공항 환승구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만나 금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금괴를 매입하고 전달하는 역할과 금괴 운반자 모집 역할, 금괴 운반자 인솔자 역할로 각각 나눠 맡은 임무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면서 조직적인 범행을 이어갔다.
특히 자금 조달을 담당하거나 금괴 운반자 모집을 총괄하면서 범행을 계획한 주범 피의자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은 일본 관세청이나 수사기관에 적발되더라도 운반에 동원된 한국 여행객들만 처벌을 받는 구조로 범행을 지속했다.
구속기소된 주범들은 국내 관세법으로 과거에 자신들이 처벌되지 않자 오히려 금괴를 운반한 한국인 여행객들을 상대로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때문에 국내공항 환승구역에서 개당 시가 5000만원에 달하는 금괴가 하루평균 200여개이상 반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지난 1년 6개월동안 금괴 4만여개를 밀수해 거둬들인 순수익만 모두 4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특히 A씨가 거주하는 국내 아파트에서는 현금 100억원, C씨의 주거지에서는 현금 25억5000만원이 발견돼 압수조치됐다. C씨가 홍콩에 마련한 아파트에서는 추가 범행을 위해 보관중이던 금괴가 대량으로 발견됐다.
이들은 금괴 판매수익 가운데 20억원으로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한 산업단지에 암호화폐 채굴장을 만들어 1085개의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직접 채굴한 뒤 거래소에 보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2016년 한 해동안 인터넷을 통해 ‘일급 50 일본여행 알바’라고 광고글을 올리고 항공권, 숙소, 교통패스, 여행경비 제공 등 공짜여행으로 유혹해 한국인 여행객 5000여명을 대규모로 모집했다.
금괴 밀수조직은 사전에 여행객에 행동지침 등을 교육한 뒤 공항 환승 구역 내 화장실이나 휴게실 등에서 만나 1인당 금괴 5∼6개를 옷 주머니 등에 감추게 하고 일본으로 출국시켰다.
입국객에게 별다른 검색을 하지 않는 일본공항을 빠져나간 여행객들은 밀수 조직원을 만나 금괴를 넘기고 별다른 죄의식 없이 공짜여행을 즐기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세관단속이 강화되자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만 모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 3월에는 실제로 금괴밀수에 투입된 한국인 가족여행객 등 12명이 일본 경찰에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다.
조대호 외사부장은 “관세청 등과 함께 국내 통관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개선하고 일본 등 국제 수사 공조를 강화해 금괴 밀수를 막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