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보이는 당신 부인” 마크롱 대통령 의도는?

입력 2018-05-03 11:50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맬컴 텀불 호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말 실수’ 구설수에 올랐다. 호주를 방문해 만난 맬컴 텀불 호주 총리와 만찬 과정에서 그의 부인인 루시 여사에게 ‘맛있어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회견이 끝나가는 자리에서 환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말 실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당신(텀불 총리)과 당신의 맛있어 보이는 부인(delicious wife)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단어가 사람을 가리킬 때는 저속한 성희롱 발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때 아닌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맬컴 텀불 호주 총리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7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부인인 브리짓 여사에게 ‘몸매 좋다’(in such great shape)라고 했던 말을 패러디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성희롱 또는 외교적인 결례를 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주 현지의 한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회견 후 프랑스식 요리가 마련된 점심을 앞두고 벌써 그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다소 ‘관대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언어상의 차이’라는 주장이다. 단어의 발음과 철자가 비슷하지만 뜻은 다른 ‘가짜 동족어(faux ami)’ 때문이다.

딜리셔스와 발음과 뜻이 비슷한 프랑스 단어인 델리시외즈(delicieuse)는 맛있다는 뜻도 있지만 사람 등을 묘사할 때는 ‘사랑스럽다’ ‘매력적이다’ 등으로 사용된다.

그가 젊은 시절 은행가로 일하면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었고 더욱이 진보적이고 양성평등을 주창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당연히 말 실수 였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맬컴 텀불 호주 총리

한편 가디언은 프랑스어를 꽤 한다고 알려졌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대통령에게 부럽다는 의미의 ‘아이 엔비 유’(I envy you)를 프랑스어로 옮기려다 발음이 유사한 ‘나는 당신을 원해’(J’ai envie de vous)라는 문장을 읊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외국어를 사용해 외교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