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자택을 또다시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국은 이들 일가의 탈세 및 밀수 혐의와 관련된 ‘비밀의 방’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이날 조사관 20여명을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살고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으로 보냈다. 압수수색은 오전 11시20분부터 10시간 이상 진행됐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수하물서비스팀과 의전팀, 강서구 방화동의 대한항공 본사, 서울 서소문 한진 서울국제물류지점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관세청이 평창동 자택을 재차 압수수색한 것은 총수 일가의 ‘비밀의 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압수수색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소였다. 제보자는 “평창동 자택에 일반인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장소가 있어 고가의 밀수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평창동 자택은 대지 750㎡(약 230평)에 건물 면적만 1404㎡(약 425평)로 넓어 물건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
관세청은 제보를 바탕으로 조 전 전무의 방이 있는 자택 지하 1층의 구석과 이 이사장이 드레스룸으로 쓰는 2층에서 숨겨진 공간을 발견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하 1층 비밀공간의 경우 한여름에도 시원해 직원들 사이에서 ‘드라이아이스 방’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평소 의심이 많은 이 이사장이 비밀의 방에 귀중품이나 고가의 미술품을 보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세청은 이날 압수수색 후에도 발견 물품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세관당국이 조 회장 일가가 꽁꽁 숨겨뒀던 장소를 발견한만큼 수사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귀금속 보증서를 파쇄한 흔적 등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에서 밀수 관련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확보된다면 조 회장 일가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