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욕설, 당연하게 생각해” 현직 소방관의 호소

입력 2018-05-03 05:00
MBC 영상 캡처


전북 익산에서 취객의 폭행으로 50대 여성 119구급대원이 사망한 가운데, 일선에 있는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은 취객들의 행패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일 방송된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는 현직 8년차 소방관 A씨가 출연해 취객들을 다룰 때의 고충을 털어놨다. A씨는 익산 구급대원 사망에 대해 “현장에서 사고로 순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폭행으로 순직하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A씨는 아무리 취객이라 하더라도 조치를 해야하는 입장인 만큼 이들의 행패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일단 현장에 출동해서 아픈 부위가 없는지, 현장을 확인한 다음 조치를 하게끔 돼 있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규정에 의해서 취객 이송을 거절할 수는 있지만 민원이 발생할 소지도 있고, 이후 절차가 복잡해 웬만하면 병원으로 다 이송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객들의 욕설은 많기 때문에 저희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일단 병원에 이송해도 병원으로 가지 않고 (취객이) 집에 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폭언·폭행에 따른 모멸감도 토로했다. A씨는 “왜 이렇게 늦었느냐, 일부러 늦게 온 것 아니냐는 심한 말을 들을 때는 자괴감이 든다”며 “취객들의 경우 남자대원보다는 여자대원이 더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씨는 소방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까지 시달리고 있지만 관련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PTSD 관련해서는 각 지역본부나 소방서의 일회성 예산으로 그치기 때문에 효과가 나올 수가 없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엔 국가 차원에서 PTSD센터를 설립하고 있다”며 “감정노동이 심한 직렬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그에 대한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