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먹을 나이라는 게 있습니다. 뭐든 거뜬하게 먹고도 뒤돌아서면 배고플 그럴 때 말입니다. 한 여중생이 “TV광고에 나온 피자를 가족이 큰마음을 먹고 시켰는데 너무 양이 적어서 속상했다”는 푸념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어린 학생의 투정 같은 귀여움이 묻어나는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 달린 네티즌 댓글은 학생의 마음을 엄마처럼 푸근하게 어루만졌습니다. 여중생은 “이렇게 착한 분들을 인터넷 상으로 라도 만나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제게 과분한 행운인 것 같다”고 했는데요. 대체 어떤 댓글을 받았던 것일까요.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A양은 최근 집에서 가족끼리 피자를 주문해 나눠 먹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가정)형편이 안 좋다”고 했습니다. A양의 어머니는 TV광고를 보고 ‘비싼 피자’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피자가 방송에서 본 것과 너무 다르게 양이 적어서 가족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A양은 모두 4가족, 피자는 6조각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사이좋게 한 조각씩 나눠 먹었고,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나머지 2조각을 먹으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A양은 언니와 나머지를 나눠 먹었습니다.
그런데 A양은 나중에 아버지가 포장 상자 바닥에 눌어붙은 피자 치즈를 긁어서 먹는 모습을 봤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A양은 “피자가 너무 작다” “양심적으로 광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자신이 겪은 사연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난 30일 올렸습니다.
이 글에 이틀 만에 댓글 300개가 넘겨 달렸습니다. 사연을 본 네티즌 중 많은 이가 글쓴이에게 피자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피자’가 한 가족에게 특별한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겠죠.
그는 피자 선물 댓글이 계속 달리자 “마음만 받겠다”면서 아래와 같은 감사 인사를 남겼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정말 큰 힘이 되는 말씀 해주시니까 어떤 어려움도 다 이길수 있을거란 생각이드네요. 나이 물어보시는 분이 계시는데 저는 중학교 2학년이에요! 기프티콘 보내주신다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살면서 이렇게 선행을 받고, 이렇게 착한분들을 인터넷상으로 라도 만나볼수있다는게 너무 제게 과분한 행운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프티콘 보내주신다는 분들, 사양말고 받으라는 분들 정말정말 감사하지만 그 기프티콘 상품 대신 기프티콘에 담긴 소중한 마음만 받겠습니다..♡ 저에겐 이미 그 마음만으로 과분하고 따뜻해지고 배가 부릅니다 :) 오늘은 저에겐 인생에 있어서 제일 의미있는 날이 아닌가 싶네요.. 말을 잘 못해 제 마음이 얼만큼 전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정말 감사해요..♡♡ 댓글의 인생 조언 주시는 분들, 기프티콘 주시겠다는 분들 또 위로해주시는 분들.. 정말 언젠간 그 예쁜 마음 돌려받으실거라 믿습니다... 해주신 모든 말씀들 제 인생에 소중한 밑거름으로 쓰겠습니다.. 저도 댓쓰니 분들 처럼 남에게 베풀줄 아는, 아주 휼륭한 어른되기로 약속하겠습니다.. 앞으로 힘들때마다 이 글을 들락거릴 것 같네요!ㅎㅎ 아무튼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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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