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에 재조명된 ‘맷갑 폭행’은… 영화 ‘베테랑’ 소재

입력 2018-05-02 11:33
최철원 M&M 전 대표. (사진=뉴시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소환조사를 마치고 결론을 향해 다가서면서 과거 재벌가의 갑질 사건들이 잇따라 재조명되고 있다. SK그룹 일가이자 물류회사 M&M 대표였던 최철원씨의 ‘맷값 폭행’이 2일 온라인에서 다시금 관심을 모았다. 영화 ‘베테랑’이 그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건은 ‘베테랑’ 외에도 많은 드라마에서 소재로 활용됐다.

최 전 대표는 2009년 M&M이 동서상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를 강요했다. 이에 화물기사 유모씨는 2010년 10월 서울 용산의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9개월여 동안 시위를 이어가던 유씨는 누군가의 부름을 받았다. 오너였던 최철원 대표였다. 당시 최 전 대표는 유씨를 무릎 꿇린 채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 전 대표는 “합의금이 2000만원이니까 한 대에 100만 원이라 치고 스무 대만 맞아라”며 유씨의 입에 화장지를 구겨 넣고 얼굴을 가격했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이후 최 전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피고인보다 나이가 11살이나 많고, 피고인으로부터 훈육을 받을 지위에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적절하지 아니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였던 유씨는 사건이 발생한 8년 뒤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에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일을 잊고 살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영화 ‘베테랑’을 봤느냐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가족들과 함께 봤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답했다. 이어 “가족들은 더 이상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대기업이 국민을 무시하고 얕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며 “나 한 사람이 희생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최 전 대표는 2006년에도 이웃집으로부터 층간 소음 신고를 당하자 야구방망이를 들고 올라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다른 집으로 급히 이사했다. 당시 아파트 경비원은 “(최 전 대표가) 야구 배트를 들고 가 위협한 뒤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다가 한 달 뒤에 이사 갔다. 다른 주민들 역시 무서워서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0년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조직폭력배 난동을 방불케한 최 전 대표의 무차별 폭력행위에 대한 증언들이 등장했다. 이 방송에서는 ‘최 전 대표는 임직원을 비롯한 일반 평사원까지 광범위하게 폭력행위를 저질렀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최 전 대표의 회사를 다녔다는 전직 직원은 시사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눈 내리는 날 지각하는 직원들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곡괭이나 삽자루 같은 것으로 두드려 패기 일쑤였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한 중견 간부는 골프채가 부러질 정도로 맞았고 나갈 때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