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가 당의 6·13 지방선거 슬로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문구를 비판하며 “슬로건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 1년을 ‘사회주의 체제’로 규정한 색깔론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 분위기에서 역풍이 돼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는 2일 오전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선거 슬로건을 다시 만듭시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자유한국당의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슬로건은 그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민을 편 가르는 데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지방선거부터 지향하는 가치관과 언행의 양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상징하는 슬로건이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보수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뿐”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더군다나 (슬로건과 관련해) 지방선거에서 현장을 누벼야 하는 후보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며 “침묵하지만 당과 보수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다수 당원과 후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도 남 지사는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홍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홍 대표가 ‘판문점 선언’을 “위장 평화쇼”라고 비난한 뒤 여론이 악화되자,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