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옷 입는 것 때문에 전쟁이예요” 6살 여자아이 Y 엄마의 말이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아이는 매일 아침 분홍 옷만을 고집하였고, 여름이 되어도 짧은 소매를 입지 않는다. 설득하여 입게 해 보려 해도 말을 듣지 않아 급기야 엄마는 화를 내게 된다고 하였다. 더운 날 긴 소매 옷을 입혀 보내려면 창피하기도 하고 남들이 엄마를 흉보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아이가 엄마을 이기려 하고 무시한다는 생각에 고집을 꺾어보려고 매를 대보고 위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뿐 다음 날에는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아니 조금씩 더 심해져 갔다.
돌이켜 보면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부모를 힘들게 하였다. 젖도 잘 빨지 않았고 젖을 떼는데도 애를 먹었다. 가리는 음식도 많고 입안에 껄끄러운 알갱이가 씹히면 뱉어버리곤 하였다. 놀이터에 나가서도 모래를 만지려고 하지 않고 모래밭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어 했다. 새 옷을 입히려면 거부하여 몇 번을 빤 다음에 입혔고, 목둘레에 상표가 붙어 있으면 짜증을 내었다. 입히는 옷마다 상표를 바짝 잘라서 주었지만 조금이라도 닿는 게 있으면 칭얼거렸다. 뿐만 아니다. 친구들이 장난을 치며 조금만 몸에 닿아도 예민하게 굴고 선생님에게 이르니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었다. 아주 얌전하고 비활동적이며 방해 하지 않는 아이들과만 조금씩 놀고 그것도 심하게 경계하여 가까워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엄마는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수월했는데 좀 남다른 Y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를 이기려 일부러 저러나 해서 화가 났다. 이러다 보니 아이가 미워지기도 하고 ‘왜 태어나서 나를 힘들게 하나’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아이와 스킨십도 점점 덜하게 되고 최소한으로만 상호작용 하게 되었다. 이러면서도 ‘이래선 안 되지’ 생각해 반성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렸다. 엄마는 차츰 Y에게는 물론이고 아빠나 큰 아이이게도 짜증을 내고 참았던 화를 폭발하게 되었다. 이런 날은 자책을 하고 우울해 졌다. 남편도 원망스러웠다. 자신만 ‘독방육아’를 하면 고생하는 것 같아 억울해 남편에게 심하게 해대고 ‘왜 이런 남자와 결혼했지’ 하는 생각과 함께 부부 싸움이 잦아졌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남편은 퇴근 후에 집안일도 잘 하고 아이들과 자주 놀아주기도 하는 남편이었다.
Y는 전형적으로 기질이 까다롭고 힘든 아이(difficult child)로 분류되는 아이다. 그중에서도 감각적인 예민함이, 특히 촉각 방어가 심한 아이이다. 아이가 엄마를 이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괴롭히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도 힘들다. 하지만 엄마와이 갈등이 지속되면 차츰 아이와 엄마간의 ‘힘겨루기’로 발전하게 되어 점점 말 안 듣고 반항적인 아이가 되어간다. 이렇게 되기 전에 발전되어 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아이의 타고난 촉각방어가 심하다면 ‘감각통합치료’라는 것을 하여 아이의 타고난 촉각 방어 줄여 주면 훨씬 수월해 진다. 하지만 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의 기질을 인정하고 아이가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고 촉각 방어를 억지로 줄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리고 몇 가지 행동의 팁을 사용해보자.
첫째 아이가 선택하게 하라. 강요하지 말고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떤 활동이 있음을 충분히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흥미를 유발한 다음 몇 가지 선택지 중에 어떤 옷을 입을 지 아이가 스스로 고르도록 한다. 아이는 스스로 선택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진다.
둘째 엄마가 너무 남을 의식하지 말자. ‘이런 날씨에 꼭 짧은 소매를 입어야 하나? 그건 개인의 취향이지. 남들은 아이가 무엇을 입었는지 관심이 없어, 그리고 나를 비난하진 않아’라고 자기 암시를 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셋째 옷 입는 시간을 즐거운 놀이 시간으로 느끼게 해준다. “타이머를 켜 놓고 시간 안에 입을 수 있는지 한번 내기 해볼까?” “엄마랑 누가 빨리 입는지 시합 해보자” 아이들은 놀이나 게임을 좋아하고 몰입하기 때문에 힘겨루기 따위는 잊어버릴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엄마가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먼저 엄마의 ‘마음 건강 상태’를 체크하자.
이호분(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연세누리 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