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32조 ‘서울시금고’ 계속 지킬까?

입력 2018-05-02 00:05

관리자금 32조원에 이르는 서울시금고를 놓고 쟁탈전이 뜨겁다.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도전장을 냈다. ‘103년 터줏대감’인 우리은행이 수성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서울시금고 제안서 접수에 우리·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 5곳이 입찰제안서를 냈다. 서울시금고는 우리은행이 103년 동안 독점해 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1금고(일반·특별회계)와 2금고(기금)를 분리했다. 우리·신한·국민은행은 1금고와 2금고에 모두 지원했다. KEB하나·농협은행은 2금고에만 집중했다. 1금고와 2금고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으면 은행 1곳이 다 맡을 수도 있다.

거액의 출연금을 내야 하는데도 은행들이 서울시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명예와 실리를 한꺼번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 서울의 ‘금고지기’라는 상징성에다 25개 자치구 금고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서울시 공무원과 그 가족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일단 103년의 노하우를 앞세운 우리은행이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평가기준 가운데 ‘전산능력’ 배점이 기존 5점에서 7점으로 높아진 것도 우리은행에 기회다. 그동안 서울시금고를 맡아왔기 때문에 최적화된 전산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도전이 거세다. 서울시금고 유치전에 세 번째로 뛰어든 신한은행은 6개월 전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관 영업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허인 행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의 강자인 농협은행, 보안기술력을 앞세운 KEB하나은행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등을 평가해 시금고 운영 은행을 결정한다.

최종 입찰 결과는 3일 발표된다. 선정된 은행은 내년 1월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게 된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