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 죄송…” 울먹인 조현민, 박창진 “쇼처럼 지나가선 안돼”

입력 2018-05-01 00:02 수정 2018-05-02 00:02
'물컵 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1일 폭행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빚은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1일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전무는 오전 9시56분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서울 양천구 화곡로 강서경찰서 임시청사에 나타났다. 검은색 정장차림에 참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조 전 전무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촛불집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보자에게 보복이 있을 것인지 질문이 이어졌지만 “죄송하다”는 말만 6번 반복하며 울먹였다.

경찰 조사실에서는 달랐다. 조 전 전무는 경찰의 사실관계 추궁에 적극적으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된 오전 조사가 끝난 뒤에는 변호인과 함께 7000원짜리 도시락을 먹었다.

조 전 전무는 “회의장에서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유리컵을 던진 사실은 있다”고 진술했다. 특수폭행 혐의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문제의 광고 회의 당시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물이 든 유리컵을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특수폭행 혐의 적용도 검토해 왔다.

특수폭행은 ‘위험한 물건’을 동원해 폭행을 가했을 때 적용되는 법조항이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반면 특수폭행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혐의가 인정되면 처벌할 수 있다.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단순 폭행죄(2년 이하의 징역·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월등히 높다.

강서경찰서 앞은 이른 시각부터 취재진과 대한항공 직원 등 수백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땅콩회항’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과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 등은 오전 9시 경찰서를 찾아 조 전 전무의 완전한 퇴진과 사과를 요구했다. 박 사무장은 “땅콩회항 사건 후에도 대한항공 내부의 변화는 없었다”며 “제가 땅콩회항을 겪었을 때와 같이 쇼처럼 지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기장 이모(49)씨는 “조 전 전무가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조차 없다”며 “퇴진했다고 하는데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잘라 말했다.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대행사와 회의를 하던 중 참석자들에게 매실음료를 뿌린 혐의(폭행)를 받고 있다. 그의 돌발 행동으로 회의가 중단됐기에 업무방해 혐의도 받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