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을 타지 말자’는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어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한항공이 회사 이름에 ‘대한’이나 ‘Korean’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일부 여행사 콜센터에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다른 항공기로 바꿔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사 직원은 “장거리 여행이나 마일리지에 구애받지 않는 몇몇 고객들 사이에선 갑질 사건 이후 대한항공은 피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에 주가 ‘흔들’
추가 폭로와 정부 수사 등이 거듭되면서 대한항공의 주가는 요동쳤다. 조 전 상무의 물컵 갑질이 보도된 12일 주가는 6.55% 빠졌지만 다음날 1.19% 오르는 등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에 들어간 19일에는 다시 2.91% 하락했다가 22일 조 회장의 대국민 사과로 다시 2.70% 오르는 등 이슈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오너가 수사가 지속해서 진행되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경영진 교체를 내걸고 행동에 나섰다. 제이앤파트너스(J&Partners) 법률사무소는 지난 24일 대한항공 주주들을 대상으로 경영진 교체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주주들의 의지를 모아 대한항공 경영진을 교체하는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며 “한진 일가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부터 최근 ‘물벼락 갑질’ 논란, 탈세 의혹 등으로 대한항공의 신뢰와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켰지만, 책임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항공을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한진 일가의 지분은 대한항공 시가총액의 11%에 불과하다”며 “주주들의 힘을 모아 원칙과 상식을 실현해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 그럼에도 대한항공이 견고한 이유… ‘노선’ 때문
이에 아시아나항공과 여타 다른 항공사가 여객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한 기회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항공 불매운동이 지속되면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 수요를 일정 정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한항공이 가진 노선이 독보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중장거리 노선에서 보면 국내 출발 미주, 유럽, 태평양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점유율이 30% 수준이다. 아시아나는 이보다 약 10%가량 낮다.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에 비해 2~3배 많은 노선 수와 운항편 수를 가지고 있기에 대한항공을 탈 수밖에 없는 승객들이 많다. 독점 노선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들이 운영하지 않는 국제선 39개를 운영하고 있다. 미주 7곳과 유럽 6곳, 러시아 3곳, 일본 3곳, 중국 8곳, 동남아시아와 인도 6곳, 대양주 3곳, 중동지역 3곳 등의 지역에서 국적 항공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대한항공에 쌓아둔 마일리지가 많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대한항공 대신 아시아나항공을 선택하는 데 제한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일리지 부채 규모가 2조600억원에 이르는데 아시아나항공보다 175% 크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88년도까지 거의 20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독점 지위를 영위해왔다. 89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 아시아나항공·제3민항 반사이익 볼까?
아직까지는 대한항공 불매운동의 여파로 예약 취소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장거리 여행객들은 일반적으로 항공권 예약을 1~2달 이전에 하는 경우가 많고 여행 날짜가 임박해서 항공권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에 대한 탑승 거부 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그 여파는 6월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대한항공 탑승 거부 운동에 동참할 경우 대한항공의 여름 대목 장사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는 5월1일부터 인천·시카고 노선을 주 7회로 증편 운항하는 등 현재 운영중인 인천 출·도착 미주 왕복 전 노선(▲LA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하와이)에서 매일 운항을 실시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전 노선을 매일 운항해 여행하는 고객들에게 보다 넓고 편리한 스케줄 선택권을 제공, 여름 대목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장거리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어 실제로 기업 매출이 어느 정도 하락할 지 여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