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씨의 해외 명품 구입 내역이 담긴 문서가 발견됐다. 이씨는 해외에서 산 물품을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하거나 대한항공 1등석으로 몰래 들여와 세관 검사를 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이씨의 물품 구입 시기와 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적힌 문서를 입수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문서 이름은 ‘사모님(MRS.DDY) 지출 내역’이다. MRS.DDY는 조 회장의 코드명인 ‘DDY’에서 따온 것이다. 코드명은 사내 임직원끼리 보안과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대한항공 부사장급 이상에게 주어진다.
매체는 이 문서에 이씨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 목록과 금액이 상세히 나온다고 전했다. 어떤 물건이 면세 한도를 얼마나 초과했는지도 기록돼 있다. 금액의 단위는 EU(유럽연합) 국가에서 사용하는 유로(EUR)다.
물품은 대부분 고가의 명품 브랜드였다. 8200유로 상당의 ‘질샌더’ 의류, 1200유로짜리 ‘로에베’ 원피스 등이다. 당시 환율을 적용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각각 약 1500만원과 150만원이다. 이씨는 이밖에도 명품 브랜드의 인테리어 소품, 소시지, 와인을 샀다.
문서에 적힌 물품을 이씨가 국내로 들여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외에서 구입 후 바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씨의 밀수입을 도왔다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잇따른 폭로와 최근 관세청이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 것을 봤을 때 문서에 나온 물품들을 불법적으로 들여왔을 가능성이 높다. 매체는 총수 일가가 이 문서를 폐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항공 일부 직원들은 조 회장 일가가 해외 지점장에게 지시해 물품을 구입한 뒤 입국편 항공기의 사무장에게 전달하고, 사무장이 이를 기내 일등석에 보관해 국내까지 들여왔다고 폭로했다. 항공기가 착륙하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관계자가 물건을 받아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승무원,임직원이 다니는 통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세관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피가 큰 물품의 경우 무관세 대상인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 들여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세청은 지난 21과 23일 두 차례 대한항공 본사와 이씨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씨에 이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 전무 등 총수 일가 전부가 받고 있는 밀반입 및 관세포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관세청은 확보한 이메일 기록을 토대로 조 회장 일가가 직원들을 동원해 해외 구입 물품을 불법적으로 들여온 정황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