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화 교류도 급물살…한반도 평화 이끄는 마중물 될까

입력 2018-04-30 17:16
과거 개성 만월대 2차 남북 공동 발굴조사 작업이 진행되던 장면. 문화재청 제공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문화교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올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대중가요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 문화재 문학 학술 음악 무용 등 문화예술 전 분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문화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평양의 고산동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공동조사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고산동에는 1600여기의 고구려 고분이 산재하고 있고, 이 가운데 16기가 2004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15년에 북측 파트너인 민족화해협의회와 공동 발굴 조사에 대한 구두 합의는 이뤄졌었다”며 “공식 합의가 돼 조사가 진행될 경우 고구려 고분의 세계유산 추가 등재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빠른 성과는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사업과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편찬사업 등 중단된 사업이 재개되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사업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여파로 올스톱 됐다.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조사는 2005년 개성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남북 공동학술 회의가 열린 이후 탄력을 받아 2007∼2015년 총 7차례 진행된 바 있다. 만월대는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에 있는 고려 궁궐터다. 고려 궁궐은 고려 태조 2년(919년)에 건립됐고,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다 공민왕 10년(1361년) 홍건적 침입으로 폐허가 됐다.

발굴 성과가 나오면서 2015년 10∼11월 남북이 각각 개성과 서울에서 만월대 유물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북한에선 기와와 청자 등 출토 유물을 전시했지만 서울에서는 북한 유물이 넘어오지 못해 입체(3D) 콘텐츠 전시로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만월대의 4개 권역 중 서부 건축군만이 유일하게 55% 발굴됐었고, 앞으로 남은 지역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면서 “추후엔 발굴 유적의 보호조치도 함께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에 반입이 기대되는 북한 유물인 고려 ‘태조 왕건 청동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려 건국 1100년을 기념해 연말 ‘대고려전’을 준비하고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은 ‘정상회담 수혜’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6년 북한 유물을 가지고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 전시를 연 바 있다.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그때는 구석기부터 조선까지 전 시기를 망라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개방적이었던 고려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자리가 된다”며 “고려 건국 1000년은 불행하게도 일제강점기였기에 이번 건국 1100년이 갖는 의미가 크다. 고려의 수도가 있던 북한의 유물이 와서 전시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무용 분야에서는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인 월북 무용가 최승희(1911∼1969)에 대한 재평가작업과 연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다녀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에게 “통일되기 전에 평양에서 발레공연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어 평양 발레 공연의 성사 여부도 관심거리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북한 공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 방북해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 관현악단을 지휘했던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북한 공연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학 분야에서는 6·15 민족문학인협회 활동이 활발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2006년 남북 문학인들로 꾸려진 6·15 민족문학인협회는 남북 문인들의 글을 실은 ‘통일문학’을 3호까지 발간했다. 2008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 간격으로 냈으나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남북작가대회의 남측 개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남북 작가들은 2005년 7월 평양·백두산·묘향산 등지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를 열었고 다음엔 남측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었다.

남북 언어학자들의 공동 국제학술회의를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2001년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 열린 이 회의는 2009년 이후 북측이 불참해 남측과 재외동포 학자들만 참여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 TF’를 가동하고 있다. TF는 과거 남북이 함께 추진하다 중단된 학술 문화재 언론 종교 등의 각 분야의 문화 교류 사업을 발굴하고 앞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북측과 협의가 되면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접근하기 쉬운 민간 교류들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문수정 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