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법’ 이어 ‘입시’까지…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

입력 2018-04-30 16:22
김영란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론화위원회 첫 회의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김영란(62)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다시 등장했다. 2012년 일명 ‘김영란법’으로 명명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이름을 알린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장에 선임됐다. 김 위원장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공론화위원회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상견례를 겸해 첫 회의를 열었다. 교육부가 공론화위원회에 의견을 요청한 쟁점은 학생부종합전형·대학수학능력시험 비율 조정 수능 절대·상대평가 여부 수시·정시 통합 등이다. 해당 사안들은 찬반 양론과 단체간 주장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찬반 팽팽한 여론…교사는 ‘수능 확대 반대’, 학부모는 ‘수능 비중 높여야’

지난 25일에는 정시(수능 비중) 확대를 반대하는 23개 교원·교육단체와 지나치게 낮은 정시 비율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학부모 위주의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공정모임)이 충돌했다.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등 22개 시민단체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수능 정시 전형 축소'를 주장하자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회원들이 '대입 수능 정시 전형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교육단체와 교사들이 주축이된 전국진학지도협의회·좋은교사운동·실천교육교사모임 등 23개 단체는 대입 정시 수능 전형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서울청사 앞 집회에서 “수능 중심 전형이 확대되면 학교 현장이 다시 강의 및 암기 위주인 문제풀이 교육으로 회귀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제도가 생활기록부를 주요 전형으로 하는 제도가 2008년 도입된 후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이다. 절대평가는 한 학생이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할 경우에는 동점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현재 현장에서는 학생의 흥미·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의 학습보다 수능 문제풀이를 반복하고 상대평가 과목으로의 편중학습이 심화하고 있다”며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편식되거나 파행되는 것을 막아 수업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학부모 위주로 구성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공정모임)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공정모임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현행 20% 가량인 수능중심 대입 정시 비중을 최소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낮은 정시 비율로 내신이 좋지 않은 재학생과 재수생, 만학도 등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절대평가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공정모임은 “학생부종합전형은 합격·탈락기준이 불분명하고 부모 지원정도에 따라 학생부 격차가 벌어지는 깜깜이·금수저전형이자 현대판 음서제”라며 “일괄적이면서도 정량적인 시험으로 줄을 세우는 방식이 가난한 학생도, 열심히 공부한 학생도 보상을 받는 가장 평등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위원회 內 교육 전문가 없다”…어떻게 여론수렴할까

한국교총은 김 위원장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29일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공론화위원회가 여론 수렴과 논의, 도출 등을 통해 사실상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구인데 대입제도에 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반영하는 인사가 없다”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위원회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 김학린 단국대 협상학과 교수,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데 대부분 통계나 여론 등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교육 전문가는 오히려 선입견이 있어 곤란하다는 교육부 측 의견에 동감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론화위는 앞으로 대입제도개편특위가 정한 범위 내에서 의제를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론 수렴과 논의를 거쳐 공론화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대입제도개편특위에 넘긴다. 대입제도개편특위는 공론화위에서 낸 결과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한다.

김 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찬반 대립이 첨예하던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재개 여부도 공정하고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민주적·합리적으로 결정됐다”며 “판사로 재직하고 권익위원장을 맡으며 다양한 당사자의 갈등을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전문 위원들과 절차적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과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는 두 딸이 스스로 적성을 찾도록 해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 진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