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시설이 철거된다. 국방부는 30일 “우리 군은 5월 1일부터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 대북확성기의 역사…북한의 골칫거리
대북확성기는 휴전선에서 스피커를 통해 남한 소식을 북한에게 알리는 용도로 사용됐다. 국방부 직속의 심리전단에서 진행해왔다. ‘대북심리전’이란 무력 행위 없이 북한 국민, 군인에 심리적 압박을 가해 사상을 동요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1962년 북한이 대남 방송을 시작하자 우리도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후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방송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1983년 육군심리전단 창설, 1991년 해·공군의 심리전을 통합하기 위한 국군심리전단이 창설돼 심리전을 관장했다. 이후 2004년 열린 남북 군사회담에서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발생 이후 보복 조치로 이명박정부에서 대북확성기를 재설치했다. 이때 북한은 “조준사격하여 날려버리겠다”며 크게 반발했다.
당시 국방부는 확성기 방송과 함께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2NE1 등의 걸그룹 아이돌을 HD 고화질 화면으로 보여줘 문화적 차이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박탈감을 통해 북한군 전투력 상실을 유도하는 정책을 계획했다. 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결국 취소됐다.
이후 2015년 8월 4일 오전에 DMZ 목함지뢰 매설 사건이 발생했고 우리 정부는 8월 10일 오후 5시부터 대북 확성기를 통해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 상태가 빚어졌다. 이후 2015년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되면서 방송은 다시 중단됐다.
그러나 방송을 재개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우리측은 대응으로 방송을 재개했다가 2018년 4월 23일 새벽 0시부터 다시 전격 중단했다. 2년 3개월만에 방송이 중단된 것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2018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바 있다.
◆ 탈북자가 말하는 ‘대북확성기’…그 효과는?
대북확성기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수백개의 스피커를 통해 하루 10~15시간 동안 방송됐고, 북한쪽으로 24㎞까지 소리가 간다고 전해진다. 기본적으로는 확성기는 국방부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라디오전파로 수신해서 방송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북한 측에서 수시로 방해전파를 쏘았기 때문에 전방에서 직접 테이프나 생방송으로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홍보, 민족의 동질성 회복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인권 탄압 등 북한의 내부 소식에 대해서도 방송한다. 여기에 날씨 예보를 통해 신뢰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방송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시키기도 한다. 북한 당국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류 문화를 소개해 향후 북한의 고급 인력으로 양성될 젊은 군인들의 사상을 동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다 김정은 노래고 딱딱하지만 한국 노래는 엄청 정서적이고 마음에 와 닿았다”며 “북한에 군 복무할 때 저는 오히려 남측의 확성기 방송이 좋고 그게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기찬의 ‘감기’라는 노래도 많이 나왔고 김광석의 ‘이등편의 편지’ 등 다양하게 나왔다”면서 “지금도 그 노래가 나오면 눈물이 나온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AOA의 심쿵해, I.O.I의 드림걸즈, 정은지의 솔로곡 하늘바라기, 러블리즈의 아츄, 그리고 여자친구의 그런날엔 등이 선곡 리스트라고 전해진다.
◆ 대북확성기 철거되면…신뢰 기초 확보가능
대북확성기는 그동안 대북심리전에서 쏠쏠한 역할을 해왔다. 북한은 매번 협상때마다 ‘대북확성기 철거’를 요구했었다. 대북확성기가 그만큼 북한군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해왔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 나흘만인 오는 1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 철거작업에 돌입한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적대 행위 중지를 먼저 실천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확성기 철거는 군사적 신뢰 구축 위한 초보적 단계로 쉽게 할 수 있는 조치”라며 “판문점 선언에 명시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 확성기 방송 중단 때도 우리 측의 선제 조치에 북한이 호응한 것처럼 확성기 철거도 호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전단살포 중지’ 조치와 관련 “우리 군 차원에서는 2010년 이후 하지 않았다”면서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것인지는 좀 더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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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인턴기자